청춘 멘토링 (19)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회장 편

동양 최대의 CEO교육 전문기관인 세계경영연구원(IGM) 전성철(66) 회장은 변호사 출신이다. 미국 로스쿨 유학도, 잘나가는 미국 변호사 생활을 청산한 것도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마음의 소리에 따라 나답게 살려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 전성철 IGM 회장은 “좋아하지만 잘 못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도 해 볼 만한 베팅”이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학점, 영어점수, 별 의미 없는 대외활동 등의 스펙보다 독서, 생각하는 힘, 창의성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뿐입니다. 오늘도 눈에 보이는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스펙에 연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스펙이 전적으로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나도 직원을 뽑을 때 어떤 스펙은 봅니다. 경력직이라면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신입 직원이라면 그동안 어떤 활동,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들여다봅니다. 사회봉사나 동아리 활동, 이런 데서 회장을 맡은 적이 있는지 봐요. 어떤 스펙이든 충원을 위해 보는 거지 채용 후엔 일절 따지지 않습니다. 낮은 스펙이 승진 등에서 발목을 잡는 일도 없어요.

특히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는 안 따집니다. 나는 우리 회사 구성원의 90%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모릅니다. 나머지 10%의 출신학교도 어쩌다 알게 됐을 뿐 일부러 물어본 건 아닙니다. 과거 강의 진행요원으로 몇년간 지방대 출신만 30여명 뽑았는데 이들 가운데 여럿이 지금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입니다.

국내 최고 명문대 출신 가운데 여기서 서바이브 못한 사람도 있고요. 영어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아니면 토익 점수를 따지는 것도 난센스입니다. 스펙보다 본원적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올바른 가치관, 성실성 같은 것이죠. 스펙에 연연하지 않으려면 자신감을 갖고서 이런 본원적 능력을 갖추세요.

독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온라인 시대 모바일이 대세이지만 성공의 비결은 여전히 책을 많이 읽는 겁니다. 중앙처리장치(CPU)에 좋은 정보가 많이 입력되기 때문이죠. 사고력이 뛰어나더라도 좋은 정보가 많이 축적돼 있어야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20대는 인생 건축에서 골조공사기

 
책을 많이 읽으면 무엇보다 건전한 판단을 할 수 있어요. 책을 안 읽고 휴대전화 화면만 들여다보는 세태는 참 우려스럽습니다. 체계적인 독서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그냥 닥치는 대로 다양하게 읽으세요. 읽을거리가 정 없으면 포르노 소설이라도 봐요.

아무것도 읽지 않는 거보다 낫고 읽는 취미가 생길 수도 있어요. 히틀러나 테러를 일으킨 IS(이슬람국가) 요원들도 책을 다양하게 읽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적인 역량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논리적 능력과 창의력이죠. 논리력은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창의력은 거의 달란트, 신의 선물 같은 겁니다. 인생을 건축에 비유하면 10대는 터를 닦고 20대는 골조를 만드는 시기입니다. 30대에 마감 공사를 하고 40대에 입주를 하죠. 마땅히 내 인생의 골조를 어떻게 만들 건지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죠.

고생도 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경제적 고통도 겪어봐야 돼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은 정말 금과옥조입니다. 20대에 겪는 고뇌는 평생 정신적 건강을 지탱할 자양분이 됩니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연애도 하세요. 연애를 왜 포기합니까?

가장 중요한 건 유용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겁니다. 이 두 가지를 명심하세요. 첫째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둘째 내가 먼저 줘야 이문이 많이 남는다. 성경에 나오는 황금률(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이죠.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이렇게 먼저 주는 사람이 되면 행복해 집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차값이 2000달러 할 때 960달러에 ‘T형’ 모델을 내놨습니다. 날개 돋친 듯 팔리자 예상을 뒤엎고 600달러, 300달러로 계속 값을 내렸습니다. ‘T형’은 거리의 마차를 대체했고 그는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빌 게이츠의 막대한 재산도 그만한 가치를 세상에 제공한 대가입니다.

반대로 주지 않고 받기만 하려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교도소죠. 능력이 우수하지만 가치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이 감옥에 가는 일은 비일비재해요.

직업을 고를 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선택하세요.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일 가능성이 큽니다. 좋아하면 피로감이 덜해 그 일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잘하면 인정과 칭찬을 받게 돼 그 일이 좋아지게 되죠. 좋아하지만 그 일을 잘 못한다? 더 열심히 해 보세요.

예를 들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잘 못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열심히 부르다 보면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사실 잘 못한다고 할 때 그 기준도 모호해요.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좋아하지만 잘 못하는 일을 선택하는 건 해 볼 만한 베팅입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은 동전 양면

 
나는 대학 시절 로스쿨에 꽂혔습니다. 로스쿨이 국내에 알려지기 전 일이죠. 미국 로스쿨로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신원조회에 떨어져 취직을 했어요. 월급쟁이의 달콤한 맛에 젖어 있을 때 신원조회를 통과했죠. 돈도 없었고 대학 학점도 나빴지만 무모하게 유학 길에 올랐어요.

학점이 나쁘면 로스쿨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로스쿨을 마쳤고, 맨해튼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됐습니다. 미국인 동료 변호사를 먹여살리는 잘나가는 변호사였지만 도미 14년 만에 영구 귀국했습니다.

귀국을 결심하고 2년 동안 준비했는데 그 새 서울의 집값이 5배로 뛰었습니다. 미국 집을 팔고 퇴직금을 보태도 전셋값이 채 안 됐죠. 그래도 귀국한 건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결정이 꼭 좋은 결정은 아니에요. 로스쿨에 꽂힌 건 나에게는 특별한 행운, 아무한테나 주어지지 않는 특권 같은 것이었습니다. 성격상 직장 생활을 계속했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했을 겁니다.

죽어서 옥황상제한테 가면 이런 질책을 듣는다고 합니다. “너는 왜 너답게 살지 않았느냐?” ‘왜 착하게 살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답게 살아갈 의무가 있습니다. 머리가 시키는 일 말고 가슴이 시키는 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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