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식품업계 판도 가를 변수

▲ 내년 식품업계는 신제품을 생산할 여력이 큰 선두기업을 중심으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올해 가공식품업체는 곡물가격하락의 수혜를 잔뜩 입었다. 원재료값 하락으로 이익의 폭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이 수혜는 내년에 기대하기 어렵다. 곡물가격의 하락세가 둔화될 공산이 커서다. 2016년 ‘식탁 위 전쟁’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식품업계의 판도를 가를 변수로 가정간편식(HMR)과 신제품을 꼽는다.

올해 가공식품업계는 곡물가격 하락의 수혜를 많이 입었다. 원재료인 소재식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향상된 것이다. 주가가 신고가를 경신했을 정도로 고속성장했다. 반면에 소재식품은 울상을 지었다. 곡물가격 하락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공식품업체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내년에는 곡물재료비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곡물가격이 이례적으로 하락하는 데 기여한 건 저유가다. 하지만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조금씩 벗어나면서 유가가 오를 공산이 없지 않다. 식품업계가 매출 증대를 위해 ‘정면승부’를 각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가 내년 시장을 주도할 트렌드를 눈여겨봐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성장세가 가파른 가정간편식(HMR) 분야에서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HMR 시장이 일부 저가 외식시장을 대체할 거란 전망이 우세해서다. HMR 시장은 1인 가구 확대,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을 통한 저가 외식 대체, 신제품 출시효과 등으로 당분간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향후 3년간 연평균 10~15%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HMR 경쟁력은 더 낮은 가격과 편의성(이동시간·주차요금 등)이다. 한국의 외식비율이 일본·미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음식점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저가식당은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12.7개로 일본의 2배, 미국의 6배 수준이다(2013년 기준). 이동시간이나 주차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HMR이 주목을 받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식품업계를 주도할 또 하나의 흐름은 신제품이다. 그동안 높은 가격에 포지셔닝된 신제품의 출시가 제약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정부와 사회적 압박 탓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압력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흰국물 라면, 허니버터칩, 순하리, 짜왕의 폭발적 히트에서 새로운 맛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얼마나 강한지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식품회사 대부분은 본업인 식품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업체 대비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신제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히트상품의 영향력이 장기간 지속될지, 아니면 단기간에 그칠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섭취, 음용시도가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점이다.

올해도 각 식품소비시장별로 신제품 출시가 많았으나 내년에는 재료비 하락의 수혜가 없기 때문에 매출 성장을 위해 업체별로 신제품 출시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어떤 업체가 이런 상황에서 히트제품을 쏟아낼 수 있을까. 제품이 히트를 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맛과 질이 경쟁품보다 우월해야 한다.

 
실제로 히트제품을 많이 내는 회사는 연구개발(R&D)에 경쟁사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는 CAPEX(Capital expenditures) 규모가 크다. 경영자의 철학도 투자 쪽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더불어 제품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고 인식시킬지도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마케팅 활동이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거다.

현금흐룸이 많은 대형 식품업체가 신제품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건은 또 있다.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한 제품은 제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래서 소비자와의 소통능력이 우수하거나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보유한 업체일수록 히트제품을 낼 확률이 높다. 이처럼 식음료 산업은 선두업체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R&D에 투자하면 신제품이 나오고, 이를 마케팅과 연결하면 히트제품이 탄생할 공산이 커서다. 특히 내년엔 원재료값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아 매출이 성장할 여지가 더 많다. 현금유동성이 풍부하고 제품경쟁력을 갖고 있는 업체의 실적이 더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도움말 |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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