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의 리스크

▲ 한중 FTA로 중국자본이 본격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국의 자본 공세가 뜨겁다. 지구촌 곳곳에 붉은 깃발을 꽂으며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에 침투한 차이나 머니는 상당한 금액에 이른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차이나 머니는 국내 기업을 껍데기로 전락시킨 전례가 수없이 많다. 쏟아지는 차이나 머니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1231억 달러. 2014년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다. 전년 대비 14.2% 늘어난 수치로, 미국ㆍ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2위로 올라선다. 중국의 대對한국 직접투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총액은 11억9000만 달러 수준으로, 1992년 대비 1100배 커졌다. 이 가운데 부동산ㆍ임대 분야의 투자 비중이 2011년 62.4%에서 2014년 79.8%로 17.4%포인트 높아졌다.

최근엔 인터넷ㆍ게임ㆍ영화ㆍ엔터테인먼트 업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차이나 머니’는 국내 기업에도 침투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국자본 2조9606억원(올 9월 기준)이 국내 상장사ㆍ비상장사 32개 기업(상장사 23개ㆍ코넥스 2개ㆍ비상장사 7개)에 유입됐고, 이들 기업의 주가는 춤을 추고 있다.

2012년 중국의 랑시그룹이 553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아가방은 그해 11월 19일 공시 후 3개월만에 주가가 130% 상승했고, 디샹그룹이 같은 해 인수한 패션전문기업 아비스타 역시 3개월만에 135% 상승했다. 특히 지난 5월 로코조이에 우회상장된 이너스텍은 5월 26일부터 6월 9일까지 300 %라는 폭발적인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차이나 머니가 긍정적 효과만을 창출하는 건 아니다. 국내 기업을 인수해 기술만 취득하고 경영개선은 하지 않는 ‘먹튀’가 많아서다.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제조업체 하이디스, 쌍용차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2003년 중국 비오이그룹은 하이디스를 사들이면서 LCD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오이그룹은 투자 대신 기술 빼가기에만 열을 올렸다.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한 하이디스는 2006년 부도처리됐다. 이후 대만기업인 이잉크사에 매각됐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과 대만 기업에 경영권이 넘어간 15년 동안 하이디스는 원천ㆍ특허기술, 엔지니어만 빼앗긴 셈이다. 반면 비오이그룹은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업체로 우뚝 섰다.

2004년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던 쌍용차도 비슷한 설움을 맛봤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임직원 전원의 고용보장, 연구개발(R&D) 시설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4년 후 쌍용차 위기 때 그들이 내놓은 것은 ‘52% 구조조정ㆍ48% 구제’라는 정리해고안뿐이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하이테크ㆍ기간산업 투자 요건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력회사가 기술만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은 사례가 많아서다.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가 에너지ㆍ원자재ㆍ금융 중심에서 게임ㆍ엔터테인먼트ㆍ콘텐트 등에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쪽에 베팅을 하고 있다는 거다.

정유신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중국 자본의 침투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라면서 “중국기업과 기술제휴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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