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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고수하는 게 아니다최진배의 音樂別曲
[170호] 2015년 12월 16일 (수) 10:15:22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azzinbae@gmail.com

   
▲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의 그림도 처음에는 평론가의 비판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브라질 음악인 ‘보사노바(Bossa nova)’는 브라질 전통 음악이 아니다. 브라질 전통 음악인 초로(choro)와 삼바에 재즈 요소가 합쳐져 생긴 퓨전 음악이다.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음악인 ‘레게(Reggae)’도 마찬가지다. 자메이카 전통음악과 재즈·리듬앤블루스 등이 섞여 탄생했다. 전통은 고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예술인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남이 하지 않은 시도를 하는 것이 예술인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노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것은 항상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얼마 전 창작 국악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포럼에 패널로 참여한 적이 있다. 포럼에 참석한 다른 패널 대부분은 현재 퓨전 국악 또는 창작 국악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팀의 리더 혹은 프로듀서였다.

포럼이 진행되고 ‘어떻게 대중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각자 자기가 음악 작업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성공사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패널들의 대답에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은 모두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성공 사례로 선정돼 포럼에 초대된 것이 어리둥절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창작음악, 퓨전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전통을 지키려는 음악인에게는 ‘전통 파괴자’로 인식된다. 그래서 비평가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통을 파괴한 음악이 등장하면 속칭 비평가의 날선 비판이 시작된다. 예술계에서 자리를 잡은 기득권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자마자 대중의 지지를 받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나오는 순간 욕을 먹지만 이는 새로운 문화가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입체파 화가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피카소도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1907년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전통적인 회화의 기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나체를 표현했지만 아름다운 곡선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원근감을 무시한 채 여러 각도의 시각을 하나의 평면에 표현한 방식은 전통회화의 권위와 가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여겨졌다. 당연히 혹평이 쏟아졌다.  미술계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미완성 상태의 그림이라고 폄하했다. 심지어 피카소의 가장 친한 친구로 입체파를 함께 창시한 프랑스 화가 ‘조르주 브라크’는 물론 그의 작품을 무조건 옹호하던 프랑스 작가 ‘기욤 아폴리네르’도 혹평을 가했다.

하지만 지금 ‘아비뇽의 처녀들’은 입체파의 효시로 불리고 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군림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도 데뷔 당시 혹평일색이었다.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멜로디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신경을 안 쓴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들은 얼마 뒤 시대의 우상이 됐다. 빈센트 반고흐, 앤디 워홀 역시 기득권의 강한 비난을 받았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 예술인들이다.
 
결국 그날 포럼의 주된 메시지는 “자신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가 됐다. 전통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통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앞으로 나가기 위한 토양분이 돼야지 고수해야 하는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브라질 음악인 ‘보사노바(Bossa nova)’는 브라질 전통 음악이 아니다. 브라질 전통 음악인 초로(choro)와 삼바에 재즈 요소가 합쳐져 생긴 퓨전 음악이다.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음악인 ‘레게(Reggae)’도 마찬가지다. 자메이카 전통음악과 재즈·리듬앤블루스 등이 섞여 탄생했다.

이런 예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우리가 한국 전통음악으로 알고 있는 ‘사물놀이’도 사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한국 타악기 앙상블이다. 이 또한 처음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대중의 지지를 받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이 됐다. 이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거다. “문화 예술인들이여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azzinbae@gmail.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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