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20) 구자홍 전북대 초빙교수

▲ 구자홍 전북대 초빙교수.[사진=지정훈 더스쿠프 기자]
구자홍(66) 전북대 초빙교수는 경제기획원 과장을 끝으로 재계로 옮겨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다. 부실기업 회생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폭넓게 사귀기보다 적은 친구와 속 깊게 사귀라고 조언했다.

Q 멘티가 멘토에게

대학 시절까지는 대인관계의 폭이 좁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 친구와 스승입니다. 사회에 나가 맺는 인간관계는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깊이와 넓이 면에서 이상적인 대인관계란 어떤 것인가요?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이상적인 대인관계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선택이 있을 뿐이죠. 무엇을 취하고 그 결과 어느 비용을 치를 건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나는 서로 마음이 통하고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오픈하고 무엇보다 정직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믿음을 주면 상대방도 믿음으로 돌려줍니다.

내가 믿음을 보이면 그 믿음만큼 채웁니다. 평생 이렇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느라 비용도 적잖이 치렀어요. 내 속을 드러냈다가 뒤통수를 맞았고, 친한 친구 보증을 섰다가 경제적 타격을 입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다시 살아도 그렇게 살 겁니다.

 
계기가 있었습니다. 대학 1학년 시절 친구 다섯이 친하게 지냈습니다. 시골서 상경한 촌놈이었던 나는 모든 게 조심스러웠습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 신경 썼고 친구들을 배려했습니다. 나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하려 애썼던 거죠. 그해 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나더러 그러더군요. ‘속을 드러내지 않아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그 친구 말이 맞았습니다.

내가 친구라도 속을 알 수 없는 크렘린에게는 다가갈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본래는 활달한 성격이라고 친구들에게 실토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성정대로 거침없이 살았습니다. 어려운 사람, 높은 사람 앞에서도 나를 감추지 않고 직설 화법으로 말했죠. 대인관계에서 거짓말은 백해무익입니다. 본인은 임기응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거짓말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어요.

거짓말은 거짓말을 부르고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합니다. 난 그래서 배신한 사람과는 아예 절교했습니다. 그랬다 자칫 적이 될 수 있겠죠. 그것도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날 이용하려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거리를 뒀습니다. 친구 때문에 가슴앓이 하지 마세요. 친구는 중요하고 나 역시 친구를 중시하지만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순 없습니다. 친한 친구도 세월이 흐르면 멀어지는 게 인생입니다.

친구 관계에서는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많이 베푸세요.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지 않더라도 도우세요. 폭넓게 두루두루 사귀기보다 적은 친구와 속 깊게 사귀세요. 깊게 사귀어야 오래갑니다. 오래가는 친구가 좋은 친구죠. 나이 들어서도 반갑게 만나 생각을 나누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가, 남이야 뭐라든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죠.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는 배우자와 만나야 합니다.

친구한테 시간도 투자하고 돈도 쓰세요. 여건이 되면 밥을 사세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친구한테 밥 사는 즐거움도 세상살이의 낙이라면 낙입니다. 단 밥 샀다고 생색도, 티도 내지 마세요. 기껏 밥 사고 좋은 소리도 못 듣습니다. 사회에 나가면 대인관계가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업무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대인관계의 비중은 크게 잡아도 절반입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당연히 상사와 잘 지내야죠. 상사를 잘못 만났다고 직장을 그만두면 지는 겁니다. 직장을 옮겨도 다시 그런 상사를 만날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직장을 옮기면 그 후로도 정착하기 어려워요. 상사한테도 당당해야 합니다. 자존심을 지키고 아부를 하지도, 비굴하게 굴지도 마세요. 부당한 지시를 하면 부당하다고 말하세요.

그랬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겠죠. 그땐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감수하세요. 3포 세대, 7포 세대라고 하더니 요즘은 n포 세대라고 한다면서요? 내가 보기엔 ‘자포 세대’입니다. 지레 자포자기自暴自棄한 세대. 무엇보다 다수의 젊은이들이 목표의식을 포기한 거 같아요. 내 눈엔 피터팬 증후군 환자들로 보입니다. 이미 성년이지만 어른이 되려 하지 않는 거죠.

그동안 부모와 교사가 하라는 대로만 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하고,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심지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라는 바다에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그냥 가만히 있을 겁니까? 1등 할 수 있다면야 해야겠지만 역부족일 땐 2등으로 살아남으면 됩니다. 스포츠 경기에선 1등이 중요하지만 인생살이와 비즈니스 세계에선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죠.

피터팬 증후군에서 벗어나라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땐 먼저 주제 파악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솔직해진다면 자신의 능력은 자기가 가장 잘 압니다.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 대기업에 들어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하세요. 회사 브랜드에 현혹되지 말고 자기 브랜드를 만드세요. 중소기업 가서 능력만큼 인정 받고 대기업에 스카우트되는 경로도 있어요.

 
20대는 무언가 이루는 시기가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꿈을 찾고, 평생 무엇을 하며 살 건지 숙고할 때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두려워하지 마세요.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고, 실수를 했다면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됩니다. 시간도 많잖아요? 예술이 길다지만 여러분 세대의 인생도 만만치 않게 깁니다. 일단 저질러 보세요.

트라이! 후회를 하더라도 해 보고 하는 게 낫습니다. 어쨌거나 성공이든 실패든 어느 한쪽으로 결판이 날 거 아니에요. 실기失機했다고 후회하지 말고 실패를 후회하세요. 그때가 지나면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나는 행정고시에 세 번 실패했습니다. 3전4기, 네 번 만에 결국 해냈습니다.

그 시절의 낙담과 좌절, 죽을 거같이 힘들었던 시간이 내 평생 최고의 자산이 됐습니다. 그 후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무리 힘든 시간도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참고 견디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땐 그냥 참는 겁니다. 시간이라는 묘약이 문제를 해결해 줄 때까지.
이필재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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