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가문의 최대 전략

▲ 벨기에 브뤼셀에서 선보인 약 70만 베고니아 꽃들로 만든 카펫.[사진=뉴시스]

인구 2만명의 소도시 브레겐츠(오스트리아)는 오페라로 유명하다. 한해 25만명이 찾아와 100억원에 육박하는 지출을 한다. 호수에 ‘최대 오페라 무대’를 만든 게 주효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 성수동 ‘제화의 거리’는 아쉽다. 이 역사의 거리를 상징할 만한 구조물도, 전략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기본 ‘최대 전략’을 살펴봤다.

# 초창기 홈플러스는 ‘한국형 기네스 프로모션’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대형 점포를 지방에 개점할 때면 어김없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물건을 매장 건물 앞에 전시하는 행사를 벌였다. 이로 인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높이 37m에 길이 4.7m의 쇼핑카드’ ‘지름 4.2m에 무게가 6.7㎏ 축구공’ ‘길이 2.2m에 높이 3.8m인 킥보드’ ‘가로ㆍ세로 각 4.2m에 높이 1m인 DDR’ 등 사례를 보면 흥미롭기는 하다.

# 매년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이날은 1988년 1월 세계보건장관회의에 참석한 148개국 장관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교육홍보, 인권존중에 합의하면서 제정됐다. 여기서 질문 하나. 당신이 보건복지부장관이라면 ‘세계 에이즈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다만 아르헨티나의 마케팅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의 에이즈 감염률이 낮지 않은 아르헨티나는 이날 색다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있는 첨탑을 거대한 분홍색 콘돔 모양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내의 가장 높은 탑에 ‘상징물’을 씌우는 퍼포먼스는 아르헨티나,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일즈 프로모션 중 가장 흔한 키워드는 ‘최대’다. 언급한 사례처럼 ‘최대’를 내세운 마케팅은 성공을 담보할 때가 많다. 벨기에 브뤼셀의 ‘꽃 카펫 축제(2년마다 베고니아 75만 송이로 중앙광장을 꾸미는 이벤트)’ 독일 ‘바임하임-미라이의 광장(시민 500여명이 보도블록 8000개를 색칠)’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대’만으론 유명해지기 힘들다. ‘최대’라는 콘셉트에 상상력이 덧붙어야 한다.

‘반짝 이벤트’로 끝나서도 안 된다. 앞서 언급한 초창기 홈플러스의 ‘최대 프로모션’은 매출이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엔 시들해졌다. 홈플러스가 다른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자금력이 없으면 ‘최대’ 프로모션을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이런 이유로 ‘최대 전략’은 공적인 분야에서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오스트리아의 조용한 도시 브레겐츠가 이 전력을 십분 활용해 ‘오페라의 명소’로 부상한 것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인구 2만명의 소도시 브레겐츠는 1945년부터 ‘물 위 오페라’ 공연으로 유명하다. 관람객은 호수 위에 만든 ‘대형 무대’에서 오페라를 보는데, 한해 25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티켓 수입만 570만 유로(약 85억원)에 달하고, 인근 호텔상점 등이 거두는 경제 효과는 2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했어도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은 힘을 잃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제화의 거리’ 앞에 대형 구두 상징물을 설치해 놨다면, 지금까지 그 명맥이 유지되지 않았을까. 생각과 아이디어의 작은 차이가 성과를 가르는 법이다.
김영호 더스쿠프 겸임기자 tigerhi@naver.com | 김앤커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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