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파문 그 이후…

▲ 두산인프라코어가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사진=뉴시스]
두산인프라코어가 흔들리고 있다. 실적은 곤두박질쳤는데, 여론의 뭇매까지 맞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자에 신입사원까지 포함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더 큰 문제는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일부터 사무직 30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2월, 9월, 11월에 이어 네 번째 퇴직프로그램이다. 앞선 세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600여명이 정리됐다. 문제는 이번 구조조정의 신청대상에 20대 사무직 직원, 갓 입사한 공채 직원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유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희망퇴직 대상자에서 신입사원은 제외하라”고 지시했지만 성난 여론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혹한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분기당 1000억원대를 기록하던 영업이익은 평균 2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3분기 당기순손실은 2465억원에 달한다. 2013년 한해 당기순손실 1009억원을 3분기 만에 훌쩍 넘어섰다. 순차입금은 5조2888억원, 부채비율은 227%에 달한다. 그야말로 빚더미에 앉은 격이다.

부채의 늪에 빠진 첫째 이유는 ‘밥캣 인수’ 후유증에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미국의 중장비 업체 ‘밥캣’을 5조원 넘는 돈을 들여 인수했다. 그런데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밥캣은 졸지에 ‘계륵’으로 전락했다. 2008~2009년 총 1조2400억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부진이다. DICC는 2011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9512억원, 당기순이익 1268억원을 기록하던 효자 회사였다. 하지만 중국건설 경기가 침체한 지난해 9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두산중공업이 ‘가혹하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인력 구조조정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주력사업인 건설기계 부문의 영업이익률(1.3%)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밥캣은 미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2013년 3분기 이후 흑자로 돌아섰지만 투자 금액을 메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핵심 분야는 굴착기 부문인데,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 “최근의 업황이나 현재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점만 봐도 향후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