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이 줄줄이 망하는 이유
1988년 1월 1일은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제를 실시한 날이다. 당시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62.5원. 내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됐으니 30년 전과 비교하면 1203% 상승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 과정에는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참여해왔다. 노동계가 큰 폭의 인상안을 제시하면 재계는 인상 자체를 반대하면서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재계의 인상 반대 논리 중 하나는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힘든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자영업자들의 지출이 커져 결국 공멸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재계가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현실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해 동안 신규 창업한 사업자는 102만8000여명. 대신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86만3000여명이었다. 10명이 창업을 하는 사이 8명은 망했다는 얘기다.
죽음의 바다에 빠진 음식업종
이 가운데 음식점업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모든 업종의 총 사업자 수는 605만8000여명. 그중 음식점업 사업자 수는 65만2000명으로 부동산업(138만3000여명)과 소매업(80만1000여명) 다음으로 많다. ‘한 집 걸러 치킨집’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다.
문제는 이들이 전체 신규 사업자 중 11%, 폐업자 중 19%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창업이 활발하지만 폐업은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3년 이내 음식업종 사업자의 폐업률이 63%로 음식점을 제외한 산업 폐업률(53%)보다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음식점업의 5년 이상의 생존율은 6%도 되지 않는다. 경영난에 빠진 자영업종 중에서도 특히 음식점업종이 죽음의 바다에 빠져 있다는 거다.
원인은 무엇일까.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재계의 논리대로라면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득탄력성’이라는 경제학적 용어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는 가구 소득이 늘거나 줄 때 특정 상품의 수요량이 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음식이나 옷 같은 필수재는 소비자의 소득과 무관하게 일정한 양을 구입하기 때문에 소득탄력성이 낮다. 반면 다이아몬드와 같은 사치재는 소비자의 소득이 낮아지면 살 수 없어 소득탄력성이 크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먹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김민수(가명)씨. 그는 퇴근 후 밤마다 인터넷 홈쇼핑몰에서 카메라 렌즈를 찾아보지만 구입은 하지 않는다. 갖고 싶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아서다. 대신 먹을 것을 좋아하는 김씨는 남들보다 식료품비와 외식비로 1.5배 이상을 지출한다.
필수재인 식비를 줄이는 이유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회사에서 상여금을 받았다. 이 돈으로 김씨는 카메라 렌즈를 구입했다. 이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김씨의 급여가 줄어들었다. 김씨는 카메라 렌즈를 되팔았다. 대신 식비는 줄이지 않았다. 소득이 줄어든 김씨가 카메라 렌즈만 판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카메라 렌즈는 사치재지만, 식비는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항목을 줄일 게 없어서 식비를 줄이는 건 아닐까. 예를 들어 문화ㆍ여가를 즐기기 위해 식비를 줄이려는 게 아니냐는 거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지표는 이 질문에도 답을 준다. 1만7664가구에 ‘주관적 소득수준’을 물어본 결과, 전체의 62.2%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들 62.2% 중 ‘식료품비를 줄이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50%에 육박했다.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식료품비’는 어쩔 수 없이 줄여야 하는 항목이라는 방증이다. 종합하건대, 소득이 위축되면 식비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는 기존 가설을 뒤집는 것으로, 우리나라 음식업종이 ‘죽음의 바다’에 빠진 이유기도 하다. 이래도 주변 치킨집의 폐업이 ‘최저임금 인상’에 있다고 주장할 텐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정아 새사연 연구위원 tempjunga@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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