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21)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편

박세일(67)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융합을 시도한 이상주의자이다. 그는 “좋은 뜻이라고 해서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삶의 의미를 좇아 대인배가 돼라고 청춘들에게 권했다.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친구가 거목으로 크도록 돕는 게 자신이 성장하는 비결”이라면서 “나홀로 낙락장송이 아니라 더불어 숲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닐까 때때로 불안합니다. 20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멘토가 멘티에게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능력을 지녔나? 장차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살려면 지금 어떤 계획을 세우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게 20대에 할 일입니다. 직업을 고를 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세요.

다행히 이 둘은 대부분 일치합니다. 그 일이 가정, 이웃, 사회 등 내가 속한 공동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 보세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세계화 및 정보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이면 더 좋겠죠. 조급해 하지 말고 뜻을 높이 세우세요.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세요. 세계를 향해 열린 사고를 하세요. 세계로 나아가세요.

독서는 폭넓게 하세요. 대학 시절 읽는 책이 평생 읽을 책의 폭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전공을 벗어나 광범위하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폭넓은 독서가 사람을 창조적으로 만듭니다. 창조는 보통 학문의 중심부가 아니라 언저리에서 이루어집니다. 학문과 학문이 부딪칠 때 창조적 사고가 나와요. 또 폭넓게 책을 읽으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려면 독서 습관이 몸에 배야 합니다. 다독가는 습관적으로 읽는 사람입니다. 수시로 책을 읽으세요. 공부든 일이든 다른 활동을 하다가 짬이 나면 책의 세계에 빠져들어 보세요. 젊은 날 몸에 밴 독서습관은 평생 갑니다. 독서는 만만한 취미가 아니라 좋은 습관입니다. 고전을 읽으세요. 고전엔 오래된 인류의 지혜가 담겼습니다.

가능하면 고전을 해석한 책보다 원전을 읽으세요. e-북이 편하면 리더기로 읽어도 됩니다. 다만 고전은 책으로 읽는 게 낫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로 얻는 정보와 책을 통해 쌓는 지식은 차원이 다릅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저절로 발췌독을 하게 됩니다. 끝까지 다 읽지 않는 것이죠. 서론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 결론 이런 식으로 띄엄띄엄 읽는 겁니다. 고전을 제외하고는 굳이 완독할 필요 없습니다. 이게 책을 많이 읽는 요령입니다.

 
에베레스트산이 왜 세계에서 가장 높은지 압니까? 히말라야산맥에 있기 때문입니다. 험산 고봉은 이렇게 모여 있습니다. 친구도 마찬가지예요. 친구가 거목으로 크도록 돕는 게 자신이 성장하는 비결입니다. 나홀로 낙락장송이 아니라 더불어 숲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살아가는 데는 두 종류의 친구가 필요합니다. 뜻이 같고 삶의 실천도 같이하는 동도同道와 두루 어울리는 친구들이죠. 모든 사람과 동도가 될 순 없습니다.

뜻을 세울 땐 자아 실현과 더불어 사회의 발전을 염두에 두세요. 나의 능력을 개발해 내가 성장할뿐더러 우리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해 보세요. 어떤 일에 종사하든 올바른 노동 철학과 직업윤리를 내면화하세요. 인간은 땀 흘려 노동을 하는 존재이고 모든 노동은 귀합니다.

모든 일이 그 자체의 가치가 있어요. 모든 직업은 등가입니다. 직업엔 말 그대로 귀천이 없어요. 소득, 지위에 관계 없이 모든 직업은 평등합니다. 비정규직도 막노동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노동은 생계의 수단이자 자아 실현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노동을 통해서도 우리는 이웃과 관계를 맺습니다.

기업가가 졸부 근성을 보이고 귀족노조가 군림하는 등 한국 자본주의가 천민성을 띠는 것도 노동 철학과 직업윤리가 빈곤해서입니다. 열정 페이를 받는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그조차 외부의 환경이고 대응은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숱한 불평등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정치인과 학자들은 불공정하고 비인간적인 환경을 고치려 노력해야겠지만, 여러분은 좌절하지 말고 스스로 결단하고 대응하세요. 어려울 때 좌절하고 성공했다고 자만하는 건 선택이 아닙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여러분의 삶의 질과 의미를 결정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까? 장차 이름을 날리고, 높은 자리에도 앉고 싶죠? 높은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선망하고 그것을 얻으려 노력하는 건 좋은 일이죠. 그러나 인생엔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인간은 의미와 가치, 보람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이런 가치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과 여건을 떠나 어떻게 그에 대응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같은 자극에도 다르게 반응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때 인간은 절대적 자유를 누린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외부 환경은 선택할 수 없지만 대응 방식은 선택할 수 있어요.

같은 자극에 다르게 반응할 수 있어

명예와 권력,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도 허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기 절정의 연예인이 인생이 허무해 몸을 던지기도 합니다. 삶의 의미는 명예와 권력, 돈 자체가 아니라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연관돼 있습니다. 이것들은 대상이나 목표일 뿐 가치가 아닙니다. 이들을 가치로 여겨 우리 사회가 이렇게 정신적 빈곤 상태에 빠진 거예요.

 
세상사를 풀어나가는 원리는 사랑과 정의입니다. 사랑과 정의는 한마디로 공감의 능력입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과 자신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자기가 받고 싶지 않은 대접을 남에게 하지 않습니다. 공감 능력이 커질 때 작은 나(小我)에서 큰 나(大我)로 성장합니다. 대인배가 되는 거죠.

세대 간 갈등을 푸는 열쇠도 공감입니다. 기성세대는 압축성장의 시대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가치관이 다릅니다. 서로 공감 능력을 발휘해 대화로 이 간극을 좁혀야 합니다. 노인은 신체적·정신적 약자입니다. 경로석에 앉는 건 노인의 특권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배려입니다. 노인도 젊은이를 이해할 때 성숙해집니다. 공감 능력이 향상됩니다. 대인배가 되는 길을 선택하세요. 인의仁義 곧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군자가 한번 되어보세요. 자기를 생각할뿐더러 공동체를 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두를 위하는 것이 곧 역사를 위하는 겁니다. 가치 있는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장차 어떻게 살 건가 치열하게 고민하세요.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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