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오피스 왜 뜨나

▲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사무실 규모를 줄이면서 소형 오피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일반 주택과 달리 수익형 부동산은 가격대가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투자처를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 자금에 여유가 없는 투자자들에게 솔깃한 상품이 있다. 소형 오피스다. 주요 대기업ㆍ관공서가 이전하는 지역의 소형 오피스는 눈여겨보는 게 좋다.

지식산업센터, 아파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부는 ‘대형화’ 바람을 역행하는 상품이 있다, ‘소형 오피스’다. 소형 오피스란 공급면적이 70~85㎡(약 21~25평) 규모의 사무실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섹션 오피스’라고도 불린다. 이 상품은 2000년대 중반 반짝 인기를 끌면서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신인터밸리24’, 대치동 ‘금강타워’, 삼성동 ‘랜드마크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환금성이 낮고 일반 오피스텔에 비해 수익률도 낮다는 단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방 시들었다.

최근 분위기는 또 다르다. 소형 오피스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다시 늘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소형 오피스가 다시 관심을 끄는 배경에는 경기 침체가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기업들이 사무실을 비교적 넓게 쓰면서 ‘모양새’를 갖추던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은퇴 등으로 소규모 창업이 늘어난 것도 소형 오피스의 인기를 부채질한다. 1인 창조기업 등 소형 법인의 가파른 증가도 호재다.

1인 창조기업이란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無고용 기업이다. 고용 인원 없이 모든 직원이 주인이 돼 회사를 운영한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창조기업 수는 2009년 20만3000여개, 2010년 23만5000여개, 2013년 29만6137개로 3년 만에 6만여개가 늘어났다.

이들 1인 창조기업 사무실로는 소형 오피스가 가장 적합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면적도 넓기 때문이다. 오피스텔과 비교해 화장실과 주방 공간이 없어 같은 면적이라도 사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입주 업종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규모가 작은 하나의 구역에 1개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부터 은행ㆍ금융회사 등 대규모 사무실이 필요한 업체에 여러 구역을 임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형 오피스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소형 오피스 투자에는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 기존 업무용 빌딩보다 투자 진입 장벽이 낮기는 하지만 공실 리스크는 피하기 어렵다. 먼저 대기업 이전지역이나 업무밀집지역ㆍ도청구청ㆍ법원ㆍ세무서 등 이전지를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 사옥이 이전하는 지역 인근의 협력업체도 소형 오피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좋은 사례가 있다. 강남역 삼성타운이다. 삼성생명ㆍ삼성물산 등이 대거 이주한 강남역 일대는 2008년 이후 인근 오피스의 임대료가 상승하고 공실률이 낮아지는 효과를 봤다. 관공서 이전지역도 마찬가지다. 관공서 민원인들을 고객으로 잡고 싶어하는 변호사ㆍ법무사ㆍ세무사 등의 오피스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적은 돈 들여 사무실 마련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도로 등 교통 여건도 따져 봐야 한다.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사무실 수요가 적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1인 기업가 중 상당수는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직접 발로 뛴다. 적어도 지하철역이 도보 거리에 있는 역세권 상가나 버스 노선이 최소 10개 이상 지나는 곳을 택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교통이 좋은 소형 오피스 단지로는 마곡지구가 있다. 이 지구는 서울 도심과 강남은 물론 김포공항, 인천공항 등과도 접근성이 좋다. 우선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이 개통하면서 김포공항까지 6분, 여의도 20분대, 강남 50분대 이동이 가능해졌다.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 노선을 이용하면 서울역과 공덕역 일대까지 20분대면 이동한다.

건물의 상태도 잘 파악해야 한다. 주변 건물에 비해 노후한 건물이라면 다른 소형 오피스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적절한 임대료 책정도 중요하다. 지역에 따라 월 임대료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적정 임대료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특히 자본 규모가 작은 1인 기업 특성을 고려해 임대료 외에 추가 관리비용을 최소화해야 공실을 줄일 수 있다.

원활한 업무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1인 기업가들은 회사의 모든 업무를 떠맡고 있다. 이들에게 업무 편의를 제공하면 공실률은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다. 여직원 렌트 서비스, 우편물 대리 수납, 콘퍼런스룸 대여, 사업자 주소지 대여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오피스에 책상ㆍ의자를 비롯한 사무설비를 갖추거나 복사기ㆍ팩스ㆍ인터넷ㆍ휴게실ㆍ회의실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종의 ‘풀옵션 오피스’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입주자 커뮤니티 형성도 중요하다. 1인 기업은 대개 업종이나 관심사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상 문제점은 대부분 1인 기업이 똑같은 상황을 겪을 때가 많다. 입주자 간 정보 교환을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져 수요자 관심을 덩달아 높일 수 있다.

업무지원 시스템 효과 만점

다만 소형 오피스 사업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상품 자체가 경기 또는 정부 정책과 연계돼 있어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차 수요는 많은 대신 매수 수요가 별로 없어 환금성도 낮은 편이다. 아파트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며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폭도 크다. 또한 3~4년 뒤엔 도시형 생활주택ㆍ오피스텔처럼 수익률 하락이 문제될 수 있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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