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

▲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파리 당사국총회(COP21)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왼쪽),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사진=뉴시스]

‘온실가스 감축’이란 게 상당히 추상적인 면이 있고 목표제시나 이행평가 등에서 많은 논란이 따를 수도 있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는 경제 성장과 배치되는 측면이 많아 내부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대의명분은 좋지만 먹고살기 바쁜 나라나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나서기 십상이다. 한국도 협정 이행에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재앙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살리자.” 지난 12일(파리 시간)은 인류 역사에 기록될 날이 될 것 같다. 세계 195개국 대표단이 2020년 이후의 신기후체제 수립에 극적으로 합의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파리기후협정’이다.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파리 당사국총회(COP21)에서 13일간의 치열한 논의 끝에 얻어낸 성과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의 합의 실패를 딛고 6년 만에 이룬 성과라 더욱 값지다. 선진국 몫으로만 여겨졌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개도국, 중진국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토록 한 것도 성과다.

기후재앙 문제가 얼마나 급했으면 이제까지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중국이 협정에 응했으며, 개도국들마저 구속력 있는 협정에 사인했을까. 우물쭈물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방치가 ‘인류의 자살골’로 연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후손들에게 더욱 중요한 이번 협정이 말잔치로 끝날지 각국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 ‘지구와 인류’를 구해낼지는 좀 더 긴 시간(50~100년)을 두고 봐야 알 것이다. 벌써부터 이번 협정이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거란 비판이 나오는 걸 보면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다. 합의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만은 역사적인 일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이번 협정에 담긴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다음 몇가지다. 첫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망라한 195개국이 2050년 이후인 21세기 후반기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지구가 이를 흡수하는 능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점이다. 둘째,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희망컨대)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셋째, 협정이 구속력을 갖고 있으며, 2023년부터 5년마다 당사국들이 탄소감축 약속을 잘 지키는지 검토키로 했다는 것이다. 넷째, 선진국들이 2020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매년 1000억 달러(118조원 상당)의 기금을 개도국에 지원키로 한 점이다.

이제 공은 협정 당사자이자 이해관계자인 각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들에게 넘어갔다. “가장 많은 국가가 가장 구체적이고 강력한 목표에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실행이 따르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란 게 상당히 추상적인 면이 있고 목표제시나 이행평가 등에서 많은 논란이 따를 수도 있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는 경제 성장과 배치되는 측면이 많아 내부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대의명분은 좋지만 먹고살기 바쁜 나라나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나서기 십상이다.

한국도 협정 이행에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0대 수출국이자 굴지의 공업국으로 부상한 한국(특히 기업들)이 내심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반길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협정 이행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역풍이 우려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서 그렇다.

벌써부터 석유ㆍ가스ㆍ석탄ㆍ목재를 이용한 업종은 타격이 우려된다. 대신 태양광이나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돈과 자원이 이쪽으로 이동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신기후체제라는 큰 그림 속에서 지는 산업이 있는가 하면 뜨는 산업도 나타난다는 얘기다.

물론 개인들의 인식과 행동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신기후체제에 대비해 개인들이 바꿔야 할 7가지 생활습관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고기보다 채식을 즐기고, 자가운전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것, 냉장고 속에 쌓아둔 음식은 적敵이라고 했다. 또 재활용 제품을 즐겨 쓸 것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조그만 실천들이 모여 마침내 ‘인류와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좋겠다.
이우열 경영학 박사 ivenc@korea.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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