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뉴애브노멀 시대

▲ 한반도 전역이 높은 미세먼지 농도 때문에 시계제로가 됐다.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도 우리나라 대기처럼 한치 앞을 볼 수 없다. [사진=뉴시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커녕 ‘스모그 크리스마스’였다. 한반도 전역을 뿌옇게 흐리게 한 것은 비단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미세먼지가 유발되고, 국내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 그 농도는 더욱 짙어져 시계제로(0) 상태에 빠진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딱 이 지경이다. 주변이 온통 ‘비정상(애브노멀·abnor mal)’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도 높다. 더구나 2015년 말부턴 그전과 사뭇 다른 ‘뉴(new) 애브노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정책수단, 집행 방식은 여전히 구식이라서 걱정을 더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규모의 경제도 어려운 우리 실정에선 수출 증대가 생존의 길이다. 그런데 2015년에 이어 이태 연속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2014년 말부터 하강 국면인 세계 경기 흐름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당장 세계 경기를 이끌어온 미국의 고용과 소비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2015년 말 금리 인상에 따라 실물경기를 부양해온 통화정책 기조도 바뀌었다. 중국 경제도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 위축의 여파로 성장률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G2(미국·중국)의 경기 둔화는 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세도 자원 생산국들의 리스크를 키워 우리나라 수출과 해외건설 수주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하락의 나라밖 뉴애브노멀 삼각파도로 수출이 출렁이면 내수를 활성화해야 할 텐데 이마저 여건이 최악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판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공공 부문 부채총액도 10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부채는 빚 내 집 사라며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바람에, 공공부채는 세금은 덜 걷히는데 재정 투입을 늘리려고 추경예산을 편성하며 국채를 발행한 탓이다. 둘 다 박근혜 정부 2기 최경환 경제팀이 성장률을 의식해 무리하게 주택경기를 자극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등 단기 부양책에 매달린 결과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과오를 인정하고 수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3기 경제팀 수장으로 내정된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관계부처 장관의 상황 인식이 판이하다. 아파트 분양 러시에 대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5년 11월 취임과 함께 과열을 염려했다. 반면 유 후보자는 주택공급 과잉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어 선제 대응하겠다”며 가이드라인과 관리 방안을 잇달아 내놓은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달리 유 후보자는 “대책이 나왔으니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라며 느긋하다.

그러면서 경제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규제 완화로 경기 부양에 나선 최경환팀의 노선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어로 ‘하던 대로 한다 전하라’ 식이다. 하지만 갖은 부양책에도 성장은 뒷걸음치고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뇌관을 키우고 재정 건전성까지 악화시킨 전철을 밟겠다니 걱정스럽다. 설마 유 후보자가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최경환 부총리와 콤비를 이뤄 부동산 경기를 자극한 당사자로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은 아니리라.

경제활동 및 소비의 중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부터 줄어든다. 정부 여당에서 자주 거론하는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 2016년 뉴애브노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대응해야 한다. 석달여 앞 총선을 의식해 그대로 가려는 모양인데, 경제가 더 나빠지면 2017년 대통령선거를 놓칠 수도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