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하면 기업 살림 펼까

재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물론 재벌기업까지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유는 실적악화와 불투명한 경영 환경이다. 그렇다면 인력을 줄인다고 기업의 사정이 나아질까. 많은 경제전문가는 “장기불황 국면에서 인력구조조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꼬집고 있다.

▲ 국내 기업에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사진=뉴시스]

2015년 연초부터 몰아친 ‘구조조정 칼바람’이 잠잠해지기는커녕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재계가 실적악화와 불투명한 경영 환경을 이유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어서다. 그사이 달라진 점은 조선ㆍ건설 등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구조조정이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도 10년이상 근속한 40~50대 이상 임직원에서 40대 이하의 직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 업종은 금융권이다.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에 빠진 금융권은 희망퇴직 이슈의 단골손님이 된 지 오래다. 올해 은행권에서만 4000여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가장 많은 인력이 감소한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지난 5월 5년 만에 실시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1122명을 내보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지난 2일 특별퇴직으로 961명을 줄였다. 2015년 초 희망퇴직으로 234명을 감원한 KEB하나은행은 2011년 이후 4년 만에 특별퇴직에 나섰다. IBK기업은행도 12월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188명이 은행을 떠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말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344명을 명예퇴직 형태로 내보낸다.

은행업계가 인력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단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권 구조개선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푼이라도 더 챙겨줄 때 회사를 떠나는 게 낫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의 3분기 순이지마진(NIM)은 전년 동기 18.1%보다 0.25% 떨어졌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74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15.7%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니 구조조정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 “판관비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인식이 낮아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버티고 보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나가야 한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가서 새로운 길을 찾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 부는 구조조정 회오리

수년째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중공업조선건설사도 인원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을 일으킨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4차례의 희망퇴직을 통해 사무직 직원 1082명과 생산직 450명 등 총 1532명의 인력을 줄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300여명 규모의 희망퇴식을 실시했고 올 2분기 3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논란을 일으킨 대우조선해양은 본사의 임원수를 55명서 42명으로 감원하는 등 300명의 임원을 정리했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2014년과 올해 ‘빅딜’에 나서며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사업재편에 나섰고 2015년 그룹 임원 인사에서 400여명을 퇴임시키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다. LG한화GS 등 주요 대기업도 그룹 임원 수를 줄이는 등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인다”며 “사업구조와 경영의 효율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의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우려해야 할 수준”이라며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발표하면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 이후 기업의 사정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경기가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경기 둔화세를 겪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도 경기회복세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신흥국 경기도 신통치 않다. 더불어 국내 소비도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나라 가계가 가처분소득의 약 25%를 빚을 갚는데 쓰고 있어 소비를 늘릴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별 전망도 그렇게 밝지 않다. 조선업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강도 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업황이 신통치 않다. 그나마 안정적인 반도체 시장은 최근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마찬가지다.

헬스케어화장품통신서비스 산업 등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2015년 2분기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처럼 그 수혜가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리스크도 여전하다. 이런 위기의식은 기업의 경영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기업은 52.3%에 달했다. 특히 대기업 중 66.7%는 긴축경영을 내년 경영계획으로 삼았다. 지난해 51.4%보다 15.3%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2016년 경기 낙관하기 어려워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경기의 회복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75.7%는 현재의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평가했다. 40.8%는 ‘국내경기가 상당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인력 구조조정이 불황과 침체를 뚫는 솔루션이 될 수 없다는 방증이다. 되레 소비심리 위축 등 구조조정 부메랑이 날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형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으로 소비의 개선세가 나타났지만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며 “중산층이 저소득층화 되는 등 안정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계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소비증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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