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복의 까칠한 투자노트

▲ 저성장 시대의 주가는 변수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아직도 주가의 오르내림에 주목하면서 천수답식 투자를 하고 있는가. 여전히 주식으로 대박을 칠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제 생각을 좀 달리 할 필요가 있다. 호재와 악재, 기업의 대내외적인 변수에 따라 널뛰는 주가를 좇느니 안정적인 배당을 추구하는 게 훨씬 나아서다. 이렇게 눈을 돌리면 주식시장은 여전히 매력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얼마나 오를까. 아마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질문의 관점을 조금 바꾼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 앞으로도 잘 팔릴까요?’와 같은 질문이다. 그럼 조금 더 구체적인 대답이 나올지 모른다. “글쎄요. 샤오미가 중국에서 굉장히 잘 팔리고 있네요.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샤오미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지금보다 타격을 입을 거고, 그러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겠네요.” 중요한 건 기업의 주식가치가 성장성만으로 전부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2015년 9월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PER)은 8.4배, 주가 대비 순자산(PBR)은 0.9배였다. 여기서 PBR은 주식 1주당 기업의 순자산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PBR이 1이 안 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적자가 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전문가 포함)이 삼성전자의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주식을 사들이느냐, 그것도 아니다. 삼성전자의 성장성에 회의적인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느냐다. 업종과 기업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가에만 매달린 채 향후 성장성에 근거한 투자판단만을 중시한다면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다. 이럴 때 기업의 PBR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앞서 삼성전자의 PBR은 1이 채 안 됐다. 반면에 성장성은 불투명해서 투자자들이 회의감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주가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미래 당기순이익을 늘리기보단 PBR을 1보다 높게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PBR은 ‘주가÷주당순자산’이므로 분모의 주당순자산이 감소하면 PBR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주당순자산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주주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배당을 늘리는 것이다. 주주들에게 주가 정체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배당은 해당 주식을 계속 보유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 주식은 대박을 터뜨리는 게 아니라 주주 배당을 통해 수익률을 높여주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발생 주식’인 셈이다.

요즘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딱 이렇다. 주식을 자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주는 수익형 증권으로 보고 투자하는 시대다. 주식투자에 관한 관점을 바꾸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황기에 기업들은 부채를 늘리면서까지 투자를 해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지금 다가오는 시대는 돈이 있어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고 ‘불황형 흑자 기업’이 많아지는 시대다. 이런 때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주가 유지, 주주 보상을 위해 배당을 많이 할 공산이 크다. 저성장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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