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생각하는 골프’가 병신丙申년이면 4년차다. 창간 초기의 시련을 극복하고 중견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한민국 경제전문주간지 정상대열에 올라선 ‘더스쿠프’가 새해에도 더욱 번창하기를 기대해 본다.
화이트 칼라들의 골프 연말연시는 경제환경과 다르지 않다. 한 해(시즌)를 결산하고 반성하며 새해에 희망과 목표를 설정하고 매진한다는 각오를 다진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또 적지 않은 골프 마니아들은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원정 골프를 가기도 한다. 골프를 쉬는 오프 시즌이 아니라 기량을 향상시키는 절호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비즈니스 골프는 ‘30대는 스코어, 40대는 기량의 완성, 50대 이후에는 스코어 관리’라는 말이 있다. 기업의 과장급인 30대에는 상대방과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스코어를 향상시키는 데에 몰두하게 된다. 40대로 부장, 임원이 되면 지나치게 좋은 스코어는 더 이상 출세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50대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화이트 칼라의 스코어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들에게 골프는 비즈니스를 위한 도구인 것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배우고 골프를 즐기는 척하는 것이다. 밤새 술을 마시고도 이른 새벽 라운드 타임에 맞추기 위해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골프장으로 향하는 날이 얼마나 많은가. 또 아내의 생일, 결혼기념일이라지만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골프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에피소드는 비즈니스 골프에서 흔히 듣는 경험담이다.
비즈니스 골프의 단점이 여기에 있다. 골프는 스포츠고, 전 세계에서 인기와 관심이 높은 레저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우리의 골프는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적 비즈니스 골프는 다르다. 차를 타고 골프장까지 가서 식사를 한 뒤,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하면 곧바로 카트를 타고 세컨드샷 지점까지 간다. 비즈니스 대화는 카트를 타고 가는 도중에 나눈다. 하체가 튼튼해질 건덕지가 없다.
이 때문에 화이트 칼라에게 골프를 열심히 치면 건강해진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철에도 닭장에 나가 죽어라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자주 본다. 또 겨울철 휴장하는 골프장 대신 요즘은 스크린 골프장이 시내 곳곳에 널려 있다. 주말만 되면 시즌 필드를 찾는 것 못지않게 스크린 골프장에서 하루 종일 보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역시 근육증강 등 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필자는 그동안 겨울철에는 골프채를 장속에 던져버리고 체력증강에 전념하라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다. 골프 스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하체 근육과 허리의 유연성 등은 겨울철 기간에 실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비즈니스맨들에게 겨울철은 움츠러든 근육을 더욱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의학적으로도 겨울철 운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TV만 켜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스윙의 원리, 기교 등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터득한들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라면 쓸모가 없다. 주말 골퍼들의 스코어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 가운데는 체력과 근육을 단련하는 근본적인 훈련을 건너뛰는 요인이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골프는 확실히 매력 있는 스포츠다. 아울러 최고의 비즈니스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당신의 ‘비즈니스 골프’를 ‘건강을 위한 골프’로 이용해 보자. 골프를 쳐서 건강한 게 아니라, 건강해야 골프를 칠 수가 있다. ‘병신년에는 스코어를 10% 이상 줄이자’ 등의 목표도 좋다. 하지만 내 건강을 위한 골프가 되자’는 슬로건을 권한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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