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유통채널의 화장실을 가보면, 서비스의 수준을 어림잡을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남의 집에 가면 화장실에 들러보라는 말이 있다. 화장실이 깨끗하면 그 집의 ‘청결 수준’을 엿볼 수 있어서다. 남의 집이 이 정도이니,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화장실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서비스 수준의 척도이자 기준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과연 우리 대중시설의 화장실은 어떨까.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선진국의 화장실 문화를 살펴봤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가장 놀라는 장소 중 한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첫째는 일부 화장실이 아직도 남녀 공용이라는 점이다. 칸막이 안에서 일을 보는 여성 칸의 바깥에서 남자가 일을 봐야 한다는 점이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입구도 하나뿐이다. 외국인 남성이라면 세면대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는 여성을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는 휴지통이다. 화장지를 휴지통에 버린 탓에 발생하는 악취와 보고 싶지 않은 미관 때문에 곤혹스러워 한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화장실 문화는 어떨까.

■고객지향적 에코화장실 = 일본 화장실은 필자가 가본 화장실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그들의 화장실은 그냥 화장실이 아니라 ‘에코화장실’이다. 자연친화적이고 사용자 중심이다. 본받을 만한 점이다. 최근엔 한국에도 많이 설치돼 있지만 필자가 일본에 처음 가서 놀란 부분이 ‘화장실 레버’ 부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0년 일본 도쿄를 처음 방문한 날, 소변용과 대변용으로 분리된 변기 레버를 보고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물 하나라도 아끼는 습성을 가지려면 일상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전역 어느 스토어를 가더라도 가장 감명을 받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방문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화장실 레이아웃과 디자인은 일본 상인들이 얼마나 고객 지향적인지를 알려 준다. 일본 스토어의 화장실 문화는 우리가 배울 만한 서비스임에 틀림없다.

손 댈 필요 없는 IT화장실 = 일단 가상시나리오 한토막을 보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서 내 자리에 도착하니 혈압ㆍ맥박혈당체중 등의 수치가 메일로 도착해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발전 덕분이다. 화장실을 관통하는 무선통신이 내 건강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준다.” 이런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올여름, 미국으로 비즈니스 여행을 다녀온 필자가 느낀 것 중 하나가 ‘공공화장실의 IT화’다. 화장실 이용 시, 필자가 직접 손을 사용해 물체를 만진 경험이 없다. 볼일을 보면 자동으로 물이 내려오는 전자동 방식이다. 손을 씻으려면 수돗가에 다가가 손만 내밀면 된다. 손 씻는 세정제 분출구도 손만 가져가면 저절로 나오는 자동센서 방식으로 교체됐다.

화장실에 부는 IT 바람

가장 마지막 단계인 손 씻고 말리는 단계도 기계가 대신 해준다. 화장실은 아시다시피 세균이 참 많은 장소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에서 전개되는 ‘화장실의 IT물결’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하지만 서울 중심지 고급 화장실에서만 전개되고 있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말이다.

대형 혹은 소형 쇼핑몰에 가면 필자는 가장 먼저 화장실에 들른다. 그곳에서 쇼핑몰의 서비스 수준을 첫번째로 판가름한다. 화장실은 인간의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나만의 공간이다. 그래서 가장 안락해야 정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장실 문화의 진화를 간파하는 건 ‘서비스 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일본과 미국의 화장실 문화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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