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1년 박수 받을 일만 했나

▲ 개점 1주념을 맞은 이케아에 대한 평가와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한 지 1년이 됐다. 그사이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점에서만 3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나쁘지 않은 성과다. 이케아는 여세를 몰아 5년 안에 매장을 5개 더 늘리고 1조원대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의미 없는 상생 플랜, 소비자 없는 고객서비스 등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5개월 전 가족과 함께 이케아 매장을 찾은 A씨. 아직도 당시 겪은 일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선반을 구입하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이케아 측 실수로 오류가 발생했다. 매대에 붙어 있는 가격보다 비싸게 계산된 것이다.  A씨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매장 직원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매대 가격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해당 제품이 실제 가격과 다르다는 사실을 사내방송으로 공지하거나 홈페이지에 이 내용을 게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매장 직원은 꼿꼿했다. 시종일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A씨는 “사과는커녕 문제를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며 “모처럼 가족과 즐겁게 쇼핑하려고 찾았다가 그런 일만 당해서인지 이케아를 다시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이케아가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2015년 12월 16일 경기도 광명시 가구거리. 그곳에서 만난 한 매장의 직원에게 지역가구 업체의 상황을 물었다. 그 직원은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직원이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들리는 말로는 영세한 업체들이 더 어려워졌다고 하더라구요.” 광명시 가구유통사업조합에 확인을 했더니, 결과가 대동소이했다.
 
이케아가 둥지를 튼 이후 이 가구거리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회원사 33곳 중 3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였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 개점 이후 가구거리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털어놨다. 

 
2014년 12월 18일 경기도 광명에서 문을 연 이케아가 1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논란에도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미디어는 이런 성공을 두고 연일 찬사와 긍정적 평가를 쏟아낸다. 특히 이케아코리아는 광명점의 성과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기대를 웃도는 만족할 만한 결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이케아 광명점은 670만명이 방문해 매출 3080억원을 기록했다. 이 성과에 고무된 이케아 측은 “2020년까지 한국에 매장 5곳을 더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애초 계획한 것(4곳)보다 매장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2017년 하반기 2호점 고양점을 필두로 경기도 고양, 서울 강동, 대전·충청, 부산·경남권 등에 매장을 새로 낸다.

투자비용은 총 1조2000억원, 고용효과는 약 3500명(광명점 913명)이 예상된다. 이케아가 이끌어낸 긍정적 효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이케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오픈 전 약속한 ‘상생 플랜’이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누구도 말하지 않는 이케아의 ‘빈틈’을 더스쿠프(The SCOOP)가 취재했다.

■ 메기효과 진짜 있었나=“한국 진출을 계기로 홈퍼니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시장 규모가 커져 경쟁 업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이케아의 자평이다. 홈퍼니싱이란 가구·조명·벽지·침구 등 집안 꾸미기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케아의 등장으로 국내 가구업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른바 ‘메기효과’였다[※참고: 메기효과는 미꾸라지들이 있는 논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더욱 활발해지고 생존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케아란 가구공룡의 등장으로 국내 기업들을 바짝 긴장했고, 대형 가구브랜드는 제품·서비스·매장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 결과, 이 업체들의 실적은 분명히 개선됐다. 한샘의 2015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2% 늘어난 323억원을 찍었다. 현대리바트, 퍼시스, 에넥스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각각 30.9%, 38.3%, 20.4% 증가했다. 국내 가구업계의 1년 전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실적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었던 아니다. 대형 가구브랜드와 달리 중소형 가구점은 설자리를 잃었다. 가구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는 이야기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케아가 영업을 시작한 후 광명가구단지 업체의 매출이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영세업체나 저가가구판매점들은 경쟁에서 도태됐다는 거다.

의무휴업 없는 가구공룡=이케아는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물품이나 잡화도 판매한다. 이케아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대형마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케아는 일반 대형마트가 받는 규제인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 휴업일에서 자유롭다. ‘전문유통사(가구전문점)’로 분류된 이케아가 법 적용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중소상인의 불만이 이어지자 정치권이 움직였다. 손인춘(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 1월 이케아를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일을 강제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이케아 규제법이다. 하지만 이 법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현재 이케아가 추석과 설날 등 명절에만 쉬는 이유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이케아의 판매 품목을 보면 생활용품과 잡화가 가구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중소상인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교통체증에서 지옥으로= 이케아 출범 이후 문제가 됐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교통 문제’도 뜨거운 화두였다. 실제로 개장 직후 인근 도로는 마비 상태였다. 이케아뿐만 아니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코스트코 방문자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광명시가 교통 및 주차난 개선대책을 이케아에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장 당시 이 일대의 교통흐름을 분석한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케아 개장 후 첫 주말 토요일 모니터링 조사 결과, 이케아 진입차량으로 인한 사업지 주변 교차로 및 가로구간의 교통소통이 매우 혼잡하다.”  시와 이케아는 몇 가지 대책을 강구했다. 정체가 심한 구역의 교차로를 조정하고 임시주차장을 추가로 마련했다. 문제는 이 부지가 건물 착공 전까지만 쓸 수 있는 임시라는 점이다. 이 인근은 앞으로 특급호텔을 비롯해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대규모의 유동인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케아 주변 도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한 교통지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케아를 위한 서비스인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이케아의 고객서비스 관련 불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문제는 피드백이다. 이케아가 고객의 평가에 무관심하다 싶을 정도로 소비자 불만이 피드백되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한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경험이 있는 한 소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매장에서 불쾌한 일을 겪은 후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렸는데도 이후 아무런 연락이나 회신이 없다. 소통은커녕 매우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고객응대 서비스 때문에 실망스럽다.”

이케아를 향한 불만 중 가장 많은 것은 배송 서비스다. 배송의 경우 제품을 받는 소비자의 스케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이케아 편의주의식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강요한다는 거다. 더불어 제품가격에 배송비가 포함된 다른 가구 브랜드와는 달리 이케아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값싼 가구’라는 콘셉트가 흔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고객 응대를 꼬집는 목소리도 많다. 배송을 비롯한 시스템 상의 불편함은 수용할 수 있지만 직원의 불통은 참을 수 없다는 거다. 특히 소비자는 이케아 매장 직원들이 ‘이케아 룰’만을 강조하는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고객센터의 고객응대의 매뉴얼을 갖추고 있으며 고객의 불만은 신속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상생 약속 지켜졌나 =“상생 정책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정책이다. 광명시와 합의한 내용은 100% 이행했다.”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슈미트갈 대표는 이케아의 상생을 이렇게 자평했다. 이케아는 2014년 4월 광명시, 이케아 광명입점저지 대책위와 함께 ‘광명시 중소유통산업의 발전과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2015년 12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골자는 ‘이케아코리아가 광명시 중소상인에게 이케아 광명점 건물 일부를 공동전시 판매장으로 제공한다’ ‘이케아 광명점 직원 채용의 기회를 광명시민에게 우선 부여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공헌사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하지만 지역가구업체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생다운 상생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지역 중소가구점 업체에 제공한 이케아 건물 내 공동전시 판매장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중소유통사업의 발전을 위해 국내 중소업체 제품을 받겠다던 약속도 공염불에 그쳤다. 현재 이케아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이케아는 “한국 업체의 제품에 언제든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현재 가구업계의 상황에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 문제는 2호점이 열리는 고양시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역 상권과의 갈등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김은경·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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