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필자가 처음 자동차 산업에 입문했을 때, 자동차 부품의 수는 1만개 정도였다. 지금 나오는 차들을 보면 그 수가 3만개를 훌쩍 넘는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부품이 아니다. 첨단 과학의 집합체가 됐다. 엔진룸만 봐도 그렇다. 1975년에 출시된 현대차 포니의 엔진룸은 땅이 반은 보일 정도로 빈 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현대차에서 나오는 모델 엔진룸에 공백을 찾기 어렵다.
자동차 속은 왜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최근 업계가 ‘더욱 안전하고 편안하면서도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추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 AS), 차량 자세제어장치(VDC), 사고 발생 순간을 정확히 감지해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에어백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한 장치만 해도 자동차 대당 50~70개에 달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첨단화로 불편해진 분야도 있다. 정비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운전자는 이제 원인을 찾기 어려워졌다. 보닛을 열고 ‘맥가이버’식의 간단한 응급조치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선진국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듯하다. 자가 정비가 자동차 문화로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인들은 집 뒷마당에서 차를 고치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들은 차를 고치는 방법을 아버지 또는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운다. 차량을 직접 만지고 수리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차량의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자동차에 불이 나도 사진을 찍거나 멍하니 구경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자동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너도나도 소화기 하나 가지고 와서 함께 불을 끄는 선진국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다. 소화기가 차량 내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리를 깨는 망치, 안전벨트를 자르기 위한 가위 등 비상용품이 준비됐을 리도 없다. 사고 후 대처하는 방법도 모른다. 자동차 사고가 2차, 3차로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간단한 자동차 상식만 배워도 소모품을 교체할 수 있고, 타이어 공기압 체크, 워셔액ㆍ엔진오일ㆍ냉각수 보충 정도는 할 수 있다. 교환주기가 짧거나 교환을 앞둔 소모품도 준비할 수 있다. 이런 게 익숙해지면 엔진ㆍ변속기ㆍ전자부품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직접 교체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차를 이해하면 안전하게 오래도록 자동차를 몰 수 있다. 2015년이 친환경자동차가 시동을 건 첫 해였다면 2016년은 자동차 상식 교육의 원년으로 삼으면 어떨까.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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