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계 인수전 부진한 이유

▲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류업계 M&A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불황기에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도, 영업이익도 늘었다. 그런데 도통 인수·합병(M&A)이 되지 않는다. 인수후보들은 군침을 흘리면서도 정작 베팅을 하지 않는다. M&A 작업이 한창이지만 별다른 실적이 없는 물류업계의 이야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흥행에 실패한 물류업계 M&A 시장을 분석했다.

2015년에만 세번이나 일정을 바꾼 대우로지스틱스의 매각 작업은 기회만 엿보다 해를 넘겼다. 흥행이 기대됐던 국내 택배업계 4위 업체 로젠택배의 ‘새 주인 찾기’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로젠택배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베어링 프라이빗 에쿼티 아시아(이하 베어링PEA)가 2014년 11월 중순부터 매각을 적극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로젠택배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현대백화점그룹, 쿠팡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5년 11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택배회사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로젠택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12월 8일에는 아예 “로젠택배 인수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을 한국거래소에 공시했다.

물류업체 M&A 줄줄이 실패

 
동부그룹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나온 동부익스프레스의 현주소도 별반 다르지 않다. KTB 프라이빗에쿼티(PE)와 큐캐피탈이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 디벡스홀딩스유한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동부익스프레스는 2015년 7월 21일 예비입찰 접수를 시작으로 본격 매각작업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인천항만(100%),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65%), 동부고속, 동부렌터카 등 다채널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활발한 인수전이 예고됐다. 실제로 신세계(이마트), CJ대한통운, 현대백화점, 한국타이어, 동원 등 대기업 5곳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를 비롯한 사모투자펀드(PEF) 2곳이 적격 인수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유력후보들이 하나둘씩 발을 빼며 현대백화점만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2015년 11월 20일 현대백화점 측은 공시를 통해 “인수와 관련해 매도인 측과 매각가격 및 세부조건에 대해 협의했으나 이견이 있어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물류업계의 M&A가 진통을 겪고 있다. 일찌감치 큰 장이 섰는데, M&A 성사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의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도 그렇다. 로젠택배는 2014년 매출 2635억원, 영업이익 207억원을 기록했다. 베어링PEA가 인수한 지 2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2012년 매출 2209억원), 132%(2012년 영업이익 89억원) 늘어났다. 2015년 5월에는 KGB택배까지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대우로지스틱스의 실적도 증가세를 타고 있다. 2015년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 56.3% 늘어난 3023억원, 194억원을 찍었다.

그렇다면 물류업계 M&A의 실타래가 안 풀리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시장에 봄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물동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매각주체 대부분이 사모펀드라는 점도 어찌 보면 악재다. 김영진 김영진M&A연구소 소장은 “매각주체가 사모투자펀드일 경우엔 어떻게든 팔려고 한다”면서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인수자들이 굳이 고가에 살 필요가 없다며 발을 빼는 게 M&A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모로 가든 팔아야 하는 사모펀드가 패를 읽힌 게 아니냐는 거다.

▲ 국내 택배의 박스당 평균 단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M&A의 걸림돌이다.[사진=뉴시스]

국내 택배의 박스당 평균 단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수자들이 인수 후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어야 물류업계 M&A에 시동이 본격적으로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주체가 대부분 사모펀드인 만큼 큰 장은 다시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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