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도 위태로운 잠재성장률

연초부터 ‘한국 경제호號’에 격랑이 몰아쳤다. 중국 증시 폭락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판에 잠재적 리스크인 북핵까지 가세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데다 수출의존도가 높아 대외변수에 취약하면 기초체력이라도 탄탄해야 할 텐데 이마저 허약해져 걱정을 더한다.

나라경제의 기초 체력은 잠재성장률로 가늠한다. 잠재성장률은 자본ㆍ노동력 등 가용자원을 활용해 이룰 수 있는 최대 성장률. 물론 물가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다. 2001~2005년 5% 안팎이었던 것이 2015~2018년에는 3% 초반으로 추정된다고 한국은행이 6일 발표했다. 불과 10년 새 2%포인트 급락했으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짧은 기간에 체력이 쇠약해진 데는 이유가 있을 수밖에. 한은은 그 원인으로 인구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 투자 부진, 서비스업의 생산성 정체, 한계기업 누증과 경제 각 분야의 불균형 확대 등을 꼽았다. 자주 많이 들어온 문제점들이다. 역대 정부가 성장률이 목표치보다 낮은 이유를 댈 때,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진단할 때 꼬집어온 과제이기도 하다.

헌데 이런 문제점들을 왜 바로잡거나 치유하지 않는가. 경제부처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와 장관 등 경제팀의 실력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해결 방안을 알면서도 외면한 채 엉뚱한 다른 일을 자꾸 저질러서인가. 인구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라는 원인부터 뜯어보자. 세계 최저 수준 저출산과 세계 최고 속도 고령화가 특징인 인구구조 변화의 심각성은 이미 30년 묵은 과제다. 역대 정부마다 이러저런 정책을 집행했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를 쇠약하게 만드는 요인은 대부분 구조적인데다 단기간에 치유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요구된다.

투자 부진이나 서비스업 생산성 정체는 기업가정신과 도전의식 약화 등 기업의 책임 못지않게 정부 규제와도 관련이 있다. 관료집단이 부처이기주의나 기득권 때문에 틀어쥐어온 규제를 보다 과감하게 내려놓으면 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음으로써 일정 부분 투자가 살아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서비스업이 탄생하거나 업태가 바뀌며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한계기업과 경제 불균형은 손대기 어려울뿐더러 인기를 얻기 어려운 정책이다. 역대 정부 경제팀이 금융기관 대출에 기대어 연명하는 좀비기업과 한계기업 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그리 외치면서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양극화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도 균형적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적폐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려면 경제팀이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 아래 뚝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한계기업 정리 등 구조개혁을 할 때에는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노동ㆍ공공ㆍ금융ㆍ교육 분야 등 사회구조 개혁은 생각이 다른 이해집단을 만나 토론하고 설득하며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1기 현오석 경제팀은 리더십과 소신이 약해 우왕좌왕했다. 2기 최경환 팀은 정치인 출신이라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단기 성과에 급급했다. 그 결과, 두 팀 모두 욕먹는 구조개혁 대신 박수 받는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하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선택했다. 세수稅收가 부족하자 국채를 찍어 추경예산을 편성함으로써 국가부채를 늘리면서까지. 그래도 성장률이 목표치보다 낮자 단기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빚 내 집 사라며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해 가계부채까지 부풀림으로써 나라경제 체질을 약화시켰다.

3기 경제팀으로 내정된 유일호팀은 어떨까? 이미 쇠약한 체질에서 4ㆍ13 총선이나 내년 대선을 의식해 과도하게 힘을 쓰다간 탈진할 수도 있다. 조급해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역사에 남는 ‘유일노믹스’를 기대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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