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승계의 지혜❷

▲ 말로야 어찌 됐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스스로를 전문경영인이라 불렀다.[사진=뉴시스]
나라를 세웠든 기업을 설립했든 ‘창업자’의 가장 큰 고민은 승계다. 누구에게 이 나라를 또는 이 기업을 물려주느냐가 창업자의 최대 숙제라는 거다. 가문에게 물려주든 능력자에게 물려주든 ‘승계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면 백년대계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롯데가家 ‘형제의 난’을 계기로 승계의 지혜를 하나씩 배워보자. 그 두 번째 편이다.

승계의 지혜 제1편(통권 171호 누르하치는 왜 장자를 외면했나)에서 여진족의 영웅 ‘누르하치’의 지혜로운 권력승계 법칙을 살펴봤다. 하지만 권력승계는 첫번째만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찌 보면 두번째, 세번째가 더 중요하다.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가 경험한 수많은 기업 가운데 ‘창업자→아들→손자’로 이어지는 3대代 경영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부자는 3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말이다.

속뜻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1대의 재산은 근검절약을 해서 피나는 투쟁을 통해 모은 것이다. 2대의 재산은 1대가 물려준 재산에 이자가 붙은 것이다. 하지만 3대의 재산은 얼굴도 잘 모르는 1대로부터 받은 것이라서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탕진하게 된다.”

부富를 공짜로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속성이 부정부패를 키우고, 경쟁력은 깎아먹기 때문이다. 최근에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발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결국 안일한 후계자 선정 작업이 화를 불렀다고 할 수 있다. 이럴 때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77년 기업공개 당시 자신의 주식을 사회에 기부하면서 내뱉은 말이 귀를 맴돈다.

“나는 대우그룹의 창업자나 소유자가 아니고 전문경영인에 불과할 따름이다. 다음의 대우그룹은 내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맡아 이끌고 갈 것이다.” 이 때문인지 당시 대우그룹은 주식분산우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너 지분이 거의 없는 유일무이한 그룹이기도 했다. 대우그룹과 김 전 회장의 말로가 아쉽긴 하지만 초기 행보만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많은 대기업의 오너들은 어떤 기준으로 후계자를 선정하면 좋을까. 필자는 ‘김우중식 초기 모델’을 도입하라고 제안해 본다. 기업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후계자를 택하라는 거다.

첫째, 기업의 방향은 채권자, 거래업체, 종업원, 주주, 소비자 대표 등 이해관계인이 정한다. 이들 이해관계인 중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류는 주주다. 이런 주주를 따돌리고 일개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쥐락펴락하는 건 다분히 월권越權이다. 당연히 능력 없는 친족에게 승계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둘째, 후계자의 모든 걸 체크해야 한다. 이력, 인성, 건강, 미래안목, 도전, 비전, 리더십, 학식, 경륜 등을 바탕으로 마인드를 측정하고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험난한 과정과 시련을 거친 다음에 뽑힌 후계자는 공공의 기대를 쉽게 저버리지 못할 것이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르겠다. 이 때문에 30년 후 롯데그룹의 위상이 어떨지도 궁금하다. 필자는 이 질문의 답을 꼭 보고 싶다. 예측되는 결과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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