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시나리오 | 경제민주화 달성되면…

“이렇게 경제가 나쁜데 웬 경제민주화 이야기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를 물은 이 질문은 경제적이지 않다. 경제민주화를 추구한다고 경기가 죽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경제민주화가 실현됐을 때의 세상이 있다. 민생이 달라지고,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이며, 시장에 활력이 도는 그런 세상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걸었던 경제민주화 정책이 실행됐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가계부채 1100조원 기록’ ‘자영업자 줄도산’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박근혜 정부 임기 시절 신문 1면을 장식하던 문구들이다.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임기 3년차까지 변질된 경제민주화로 서민과 중소기업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먹고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간절한 메시지가 닿은 탓일까.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경제민주화 정책을 실행했다. 그러자 서민과 중소기업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계 숨통 트다 =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이 급증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소득이 늘면 이자라도 감당하겠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하고 있는데다 경기불황으로 명예퇴직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겹치면서 내수소비까지 크게 줄었다.

결국 정부는 우리나라 가계가 ‘한계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가계 생활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로 결정했다. 일단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수술했다. 임대주택을 크게 늘려 치솟고 있는 집값을 안정화했다. ‘전세난’으로 고통 받는 서민이 없도록 전월세 상한제도 도입했다. 휴대전화를 달고 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도 줄였다.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단말기 가격에 끼어 있는 거품을 뺀 것이다.

통신사의 시설 투자를 위해 쓰이는 고정비인 통신 기본요금 1만1000원도 없어졌다. 아울러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좌초됐던 무상보육도 부활했다. 지갑이 얇을 수밖에 없는 육아 부모가 자식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낼 비용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일이 없어졌다.

가계 소득에도 경제 민주화 바람이 분다. 먼저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했다. ‘쉬운 해고’로 대표되는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이 저지됐기 때문이다. 연 평균 9% 수준으로 오르던 최저임금 역시 올해 대폭 인상될 공산이 높다. “자영업자가 몰살할 것”이라는 재계의 논리를 사회 시스템으로 반박했다. 자영업자에게는 올라간 임금만큼 임대료나 가맹점 수수료를 줄여주고, 세금혜택은 늘렸다. 결국 생활비는 줄어들고 소득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서민은 금리인상기에도 ‘빚’을 겁내지 않게 됐다.

임대주택 늘리면 집값 안정화

■을도 살기 좋은 세상 = 2014년 가맹사업법이 개정됐음에도 본사와 가맹점의 ‘갑을 문제’는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손실은 손실대로 보고 위약금은 위약금대로 물어야 하는 가맹점주를 위한 법적 보호 장치가 빠졌기 때문이다. 그간 ‘갑’인 대기업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을’에게는 계약 해지를 명령할 수 있었지만, ‘을’은 ‘갑’의 귀책사유가 있어도 갑에게 해지를 요구할 수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본부의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가맹점주 역시 해지를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때 가맹점주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본부에 내지 않아도 된다. 가맹본부가 부풀린 리모델링 비용, 인테리어 공사비 거품도 빠졌다. 가맹본부가 지정한 비싼 공사업체의 시공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선정 방식은 이제 경쟁 입찰로 변경됐다.

대리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인 남양유업방지법도 개정안이 마련됐다. 대리점주들은 무엇보다 단체결성권이 도입된 것을 반겼다. 갑질을 하는 제조사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계약갱신을 무기로 대리점주에게 부당한 거래를 일삼던 관행도 없어졌다. 이제 대리점주도 제조사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골목상권에 감도는 활력 =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확산으로 고사위기에 몰렸던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도 반전의 기회가 왔다. 그간 시설 현대화 등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에 집중했던 정부 정책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돼서다.

이제 정부 정책의 초점은 시장의 경쟁력 향상이다. 정부는 특화상품 개발과 온라인 쇼핑몰 구축, 품질관리 혁신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골목상권의 새로운 위협요소였던 아웃렛과 복합쇼핑몰 출점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기업이 스스로 작성했던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에 전문기관의 의견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이제 주변 상인들과의 공청회도 의무적으로 열어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이제야…=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법제화가 되기 전에는 대기업이 합의해 주지 않으면 적합업종 선정조차 불가능했다. 설령 합의를 하더라도 대기업은 이를 어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강제력이 생겼다. 권한이 강화된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제 적합업종을 무시하는 대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

■주주가 견제하는 대기업 = 재벌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먼저 주주의 권리를 강화했다.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된 것이다. 오너가 자기 입맛대로 경영 방침을 정하면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일침을 가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의 과도한 비과세 감면 혜택도 과감하게 수술했다.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는 법인세를 부과해 건전한 기업경영을 유도했다.

강력한 법으로 모럴해저드 견제

대기업 오너와 경영자의 중대범죄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처벌 수위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별사면의 심사도 강화됐다. 이제 ‘비리 기업인 광복절 특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대기업 오너의 모럴해저드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게 경제민주화를 정책 기조로 삼은 정부의 노력 덕분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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