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근씨의 2015년 vs 2016년 1월 7일
경기 군포시에 거주하는 김덕근(38·남·가명)씨. 그는 매일 아침 서울 용산구로 출근한다. 자가용이 있지만 출퇴근 거리가 멀어 평일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1월 7일 아침. 집 앞에서 버스에 올라탄 그는 4호선 산본역에서 내려 당고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최종 목적지는 신용산역. 경기침체 때문인지 아침부터 사람이 많다. 그로부터 45분 후, 그는 신용산역에 내렸다. 일찍 출근해야 하는 탓에 그는 아침을 ‘아메리카노’로 때운다. 그래도 커피를 마시면 남아 있는 졸음을 날릴 수 있어 좋다. 이윽고 점심시간. 김씨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구내식당이 없어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오늘은 동료들과 김치찌개 백반으로 배를 채웠다. 퇴근 후에는 회사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하기 위해 근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3명이서 삼겹살 5인분과 소주 3병을 뚝딱했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신 탓인지 밤 10시가 됐다. 재빨리 안산행 열차에 몸을 싣고 가는데, 아내의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이 늦었지만 동네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고 들어가자”고 아내는 청했다. 산본역에서 아내를 만난 그는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은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택시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7일) 그의 후불제 교통카드에 찍힌 금액은 1250원. 2015년 1월 7일 1100원보다 150원 많다. 지난해 6월 27일 시내버스 요금이 오른 탓이다. 지하철 기본요금도 올랐다. 2015년 1050원이던 요금이 200원이나 올랐다. 그뿐이랴. 김씨가 아침마다 마시는 아메리카노 가격도 3900원에서 4100원으로 5.1% 올랐다. 점심에 먹은 김치찌개 가격이 올해도 변함없이 6000원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2015년 말에 갑자기 소주가격이 인상돼, 이제 소주 1병(2015년 3000원→2016년 5000원·음식점 기준)을 먹는 것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달라진 건 주머니 사정뿐
그렇다면 오늘 하루 김씨가 지출한 돈은 얼마일까. 그는 오늘 하루 교통비로 6300원(기본요금 1250원+추가요금 400원+택시기본요금 3000원)을 썼다.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6000원짜리 점심을 먹었다. 동료와 회포를 푼 술자리 비용은 7만5000원이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본 마트에서는 한우불고기 600g, 양파 1㎏, 감자 2㎏, 방울토마토 1㎏, 피망 200g, 깐마늘 200g, 아몬드 500g을 사고 5만1560원을 계산했다. 그가 오늘 하루 쓴 돈은 14만2960원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7% 상승했다.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계절적 영향을 받는 농산물, 외부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이보다 많은 2.2% 올랐다. 올해도 소비자물가는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의 하락폭이 줄고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소비자물가가 2015년보다 높은 1.5%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체감물가의 상승폭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5년도 식품소비행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들이 느낀 장바구니 물가는 112.2(전년 100기준)로 나타났다. 2014년과 비교했을 때 물가가 12.2포인트 상승했다고 체감한 것이다. 언뜻 봐도 체감물가의 상승폭이 훨씬 가파르다. 이런 간극이 생긴 이유는 뭘까.
유경준 통계청장은 지난해 10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비자물가 조사는 가상의 평균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체감물가는 실제 개별가구가 느끼는 것이다”면서 “(이런 조사방법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갑 열기가 무섭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체감물가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지표인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는 어떨까. 한은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6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경기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서민의 허리띠는 조여든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어떤 서민이 일부러 지갑을 열지 않겠는가. 지갑을 여는 순간 돈이 무섭게 빠지는 현실이 무서운 게 요즘 서민의 애환이다. 이것이 바로 윗분들이 아니라 우리 중산층이 느끼는 현실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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