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억원 세입자도 월세 못 낼 듯

▲ 전세금을 정부에 맡기면 배당수익으로 월세를 주는 ‘전세보증금 투자풀’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도입할 예정인 ‘전세보증금 투자풀’이 벌써 논란에 휘말렸다. ‘배당 수익으로 월세를 내게 하겠다’는 건데,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논란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는 세입자가 반환 받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전세보증금 투자풀’ 세부조성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투자풀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공적금융기관이 위탁ㆍ관리하는 거다. 실제 운용은 여러 민간 자산운용사에 맡겨 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 방식으로 조성된다.

쉽게 말해 ‘전세 세입자 월세 전환→전세금 반환 받아 공적기관에 위탁→민간운용사 통해 투자→발생수익 배당→세입자 집세 마련’이라는 구조를 통해 월세 세입자를 지원하겠다는 거다. 배당금은 매년 3.5% 이상 보장하고, 전세보증금 원금을 보호하기 위해 운용사와 공공법인이 일정 부분 자금을 부담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언뜻 효율적인 제도 같지만 일부 전문가는 우려를 표한다. “전세금이 충분한 세입자에게만 도움이 될 것” “월세만큼 배당이 나올지 미지수”라는 게 이유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의 평균 월세 가격은 81만원이다. 전세보증금 2억원을 반환 받은 세입자가 배당률 3.5%의 투자풀에 맡겼다고 가정하면, 매월 58만3300여원(수수료ㆍ세금 등 제외)을 돌려받는다. 전세보증금이 2억원가량 있는 세입자도 월세를 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전세보증금 투자풀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 세입자가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증금을 받아 시장의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그만인데 정부가 나서는 이유가 무어냐’는 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운용까지 발을 들여놓는 것은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며 “투자풀이 성공하더라도 현재의 금리나 시장은 물론 주택시장까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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