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팀의 대외 변수

한국경제를 괴롭히는 9할은 ‘대외변수’다. 우리나라가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국가라서다. 유일호 경제팀이 대외변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미국은 추가 금리인상론에 휩싸여 있고, 중국의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깊어지고 있다. 유로존의 경기회복세도 변덕스럽다.

▲ 유일호 경제팀이 헤쳐 나가야할 글로벌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사진=뉴시스]

유일호 경제팀이 넘어야 할 산이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수출주도국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53.9%에 달한다. 그만큼 대외변수가 중요하다는 거다. 문제는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지난해 12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유로존 경기부진, 일본의 엔저, 유가 하락 등 한국 경제를 흔들 만한 대외변수도 수두룩하다.

미국 금리인상 변수는 여전히 한국 경제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9년 반 만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젠 속도가 문제다. 추가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웃고 울 수 있어서다. 미국 금리인상의 기준은 고용지표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29만2000명으로 시장의 예상치 20만명과 11월 신규고용 25만2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고용의 증가세를 임금상승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높은 신규고용에도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제자리걸음(0.0%)을 했다. 이렇게 낮은 임금상승률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구인과 구직이 일치하는 완전고용 상태일수록 임금과 서비스 물가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며 “현재 미국 고용과 물가의 상충관계는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 부진의 우려를 키운다는 데 있다. 금리 인상의 속도가 떨어지면 미국 경기 회복이 그만큼 더디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준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따르면 달러 강세, 저유가 국면 등을 이유로 미국의 제조업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도 신통치 않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 S&P500ㆍ다우존스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같은 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364.81포인트(2.21%)나 급락한 1만6151.41에 마감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48.40포인트(2.5%), 1159.85포인트(3.41%) 떨어진 1890.28포인트, 4526.06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제조업 경기의 둔화에서 기인한 하락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점진적 금리 인상을 받아들인 건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떨어진다면 금리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좋은 것은 예년보다 따뜻한 기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1월과 2월 고용지표가 회복세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경기회복 신뢰 떨어져 흔들

중국 경기둔화 우려도 한국 경제를 흔드는 변수다. 우리나라의 대對중 수출 비중이 전체의 26%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최대 0.62% 추락한다. 이런 중국이 최근 심상치 않다. 중국 증시는 새해 벽두부터 급락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증시를 흔들고 있다.

지난 4일과 6일 각각 6.86%, 7.32% 급락했고 그 영향으로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 또는 급락 시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까지 발동했다. 지난 13일에는 상하이종합지수의 3000포인트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시장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위안화 평가절하(환율상승)의 영향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주식외환시장 급등락이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라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 파급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과 수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휴대전화가전기계류 등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율이 최대 0.62%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사진=뉴시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제조업 과잉투자와 과잉공급, 부동산시장의 불황, 수출경쟁력 하락”이라며 “이런 문제들은 2012년 이후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문제는 인구금융투자 사이클 등과 연결돼 있어 단기부양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중국정부의 정책대응을 생각해도 성장률 둔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유로존 변수도 여전하다. 유로존의 경기는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시장에 확신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유로존의 실업률은 10.6%를 기록,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같은달 경기신뢰지수는 106.8로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화답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의 확실한 시그널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로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등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경기 부진 당분간 지속될 듯

일본의 엔저정책도 유일호 경제팀이 신경써야 할 변수다. 아베 정부는 2013년 이후 지속한 엔저 정책을 철회할 뜻이 없어 보인다. 최근엔 추가적인 엔저정책을 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은행은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준비도 돼 있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다해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가 계속되면 한국 수출품은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린다.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 엔저가 위협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엔저에 휘말려 힘을 쓰지 못했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엔 변수가 수없이 많다. ‘유일호 경제팀’에 혜안이 없다면 돌파하기 힘든 것도 있다. ‘유일호 경제팀’이 격랑激浪 속에서 출항을 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