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인사동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유혹할 만한 콘텐트가 있어야 한다.[사진=뉴시스]
인사동의 길은 상당히 한국적이다. 직선형으로 만든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길을 둥그렇게 만들어 멋이 넘친다. 하지만 이곳에는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쇼핑이나 문화에 심취하기 어렵다. 인사동에도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더 끌고 싶다면 말이다.

어느 도시를 가든 자신들의 빛나는 역사를 대변하는 장소가 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 인사동이 있다면, 일본의 수도 도쿄에는 ‘아사쿠사淺草’가 있고,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는 ‘류리창琉璃廠’이 있다. 같은 한자漢子 문화권인 3개 지역이 비슷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많이 다르다. 서울 인사동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각 도시를 비교해 본다.

한자 문화권 3개 지역의 특색

# 일본 도쿄 아사쿠사는 에도시대江戶時代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다. 대표 사찰은 센소사淺草寺인데, 정문인 가미나리몬雷門과 입구에는 일본 전통 소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나카미세仲見世인 길거리 쇼핑센터가 있다. 이곳을 처음 찾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길거리 쇼핑센터를 보면서 센소사로 들어가 사찰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일본 전통의 길거리 음식을 사먹거나 기념품 가게에 들러 선물을 구입한다. 당연히 길거리 쇼핑센터에는 자동차ㆍ오토바이 등이 다니지 못한다. 고객이 쇼핑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에서 2~3㎞ 내에 있는 류리창은 유리기와공장(원나라 시절)에서 이름을 따왔다. 청나라 시절에는 고서적ㆍ골동품ㆍ탁본한 글자ㆍ그림ㆍ 문방사우 등의 중개판매상들이 이곳에 몰려 있었다고 한다. 류리창은  서울의 인사동과 같이 후통(옛날집이 몰려 있는 골목)을 포함하고 있어 옛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그래서 베이징 시당국은 류리창을 역사문화 창의산업 집중구역으로 지정했다. 동시에 다소 협소한 감이 있던 면적을 1.53㎢로 넓혀 고대풍의 쇼핑가로 바꿔나갈 계획이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사동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먼저 인사동의 길은 상당히 한국적이다. 직선형으로 만든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길을 둥그렇게 만들어 멋이 넘친다. 하지만 이곳에는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쇼핑이나 문화에 심취하기 어렵다. 국적 불명의 길거리 음식이 넘치고, 선물가게에서 중국산을 파는 것도 기이하다.

이 때문에 인사동엔 절대 차량이 진입해선 안 된다. 인사동답게 모든 품목은 국산으로 채워야 한다. 영세 점포를 면세점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 상권도 넓혀야 할 때다. 조계사가 있는 지역까지 상권을 확대하고, 일본의 예처럼 상권을 제대로 만들어줘야 한다. 조계사와 인사동이 공동마케팅을 벌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국내 최고의 사찰인 조계사와 인사동은 궁합이 잘 맞는 관광상품이 될 수 있어서다.

필수 매장으로 ‘도장가게’를 내세우는 것도 제안해 보고 싶다. ‘여행지에서 판 도장을 영원히 간직하면 장수한다’는 속설을 인사동에서 펼치게 하자는 거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수년 전 필자가 류리창을 들렀을 때 한 지인의 소개를 받고 도장을 팠다.

인사동에 다시 활력 돌려면

‘장수한다’는 속설에 심취해 가족 모두의 도장까지 팠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많은 도장을 순식간에 파낸 것이다. 이처럼 ‘나만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선물해주는 도장가게가 둥지를 튼다면 인사동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이다. 물론 가게 주인이 도장의 유래 등을 말해주는 ‘스토리텔러’가 돼야겠지만 말이다. 인사동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별 인기가 없다는 말이 들린다. 이제부터 무언가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먹거리ㆍ볼거리ㆍ놀거리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을 제대로 세우기를 바란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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