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기자의 新창업학 개론

성공한 창업은 뭘까. 기준은 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돈을 벌까. 자신이 선택한 창업에 대한 열정과 정성, 사랑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을 넘어 감동을 줘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정도’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하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

▲ 메뉴, 인테리어 등 어느 한 곳에서라도 고객 감동을 이끌어 내야 창업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창업시장을 취재할 때 잘 되는 점포만 가는 게 아니다. 운영이 잘 안 되는 매장을 살펴볼 때도 많다. 굳이 안 된다는 콘셉트로 접근한 것은 아닌데, 우연히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제점을 알게 된다.

사실 창업의 성공을 결정 짓는 가장 큰 요소는 ‘창업자 자신’이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대박 매장을 보면 시간이 지나도 창업자가 항상 매장에서 일을 한다”며 “돈을 벌었다고 종업원에게 매장을 맡기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그 매장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서 창업을 했다면 내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실례로 40년간 음식점을 운영하는 어느 사장의 경우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도 항상 음식점을 지킨다. 가게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란 것이 이유다.

실제로 우리는 주위에서 모방과 모방을 통해 브랜드가 탄생되는 과정을 종종 본다. 독립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이나 마찬가지다. 모방은 좋게 말하면 벤치마킹이다. 경쟁 업종의 여러 브랜드를 놓고 각각의 브랜드의 장점을 모아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표현도 있다. 문제는 모방을 통해 시작했지만, 여기에 창업자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창업자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은 이런 질문이다. “점포 위치도 좋고, 맛도 괜찮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서비스도 만족스러운데, 왜?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문제는 뭘까. 바로 ‘맛도 괜찮고 서비스도 만족스러운데’라는 그 기준이 창업자 자신의 판단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창업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일을 하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은 맛ㆍ가격품질서비스인테리어 등 수없이 많다. 역으로 말하면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창업자가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내가 고객이라고 생각을 해보자. 친구 또는 가족과 어떤 매장을 방문했다. 종업원의 서비스와 인테리어, 맛, 분위기, 가격 등에서 내가 만족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그 매장을 찾는다. 모든 것이 평범했다는 느낌은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점포라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또한 서비스, 맛, 인테리어, 분위기 중 어느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역시도 재방문이 어려워진다. 물론 주위에서 물어보면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나의 평가도 뒤따른다.

▲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창업자의 판단이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여기서 창업자가 만족하는 것과 고객이 만족하는 것에 대한 차이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싶다면 모든 기준을 고객에게 맞춰야 한다는 거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끔 창업자를 만나면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지금이라도 내 점포를 둘러보며 ‘내가 고객이라면 정말 만족스러울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창업 전문가 비평 - 이지훈 가맹거래사
“물류 잡아야 시장 잡는다”

많은 주장이 있지만 프랜차이즈 개념이 본격 도입된 건 19세기가 아닐까 한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부족한 자본으로도 제품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고, 유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에선 편의점이 도입된 1980년대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가속화됐다.

▲ 이지훈 가맹거래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하려면 물류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문제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가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 판매, 유통망 확충보다는 창업컨설팅 개념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변형된 형태의 프랜차이즈는 많은 부작용과 폐해를 만들었다. 물류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가맹본부가 수없이 많다는 건 대표 사례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는 개점 수익구조에 집착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이는 가맹본부의 부실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인 브랜드 존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맹본부들이 물류시스템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종 분포를 살펴보면 주류는 외식업종이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적은 자본으로 가맹본부가 돼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다. 반면에 제품 유통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완제품을 생산해 가맹점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성행한 것이다. 필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하려면 가맹본부 스스로 물류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 전제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물류 안정 이익률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가맹본부가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거래처 알선을 통한 수수료를 가맹본부의 고정 수익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가맹점 장악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경우 물류 이익률은 매입가 대비 평균 20~25%가 돼야 한다.

둘째, 미수금 관리 문제다.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가맹점 미수금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미수 관리는 시스템으로 제한을 해야 한다. 셋째, 공산품 의존도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징은 아이디어 산업이다. 따라서 공산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넷째, 적정재고관리다. 재고의 보유는 자금 압박으로 이어진다. 적정재고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수요예측을 하고, 물품의 특징과 유통기한, 평균판매량과 물품의 생산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고 관리를 할 경우 혼란과 혼선을 초래해 재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가맹본부의 물류수익구조는 그 브랜드의 수명과도 직결된다. 반짝했다 사라질지 장기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브랜드가 될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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