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정말 괜찮은 법인가

▲ 여ㆍ야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통과에 합의하면서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사진=뉴시스]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일명 원샷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재벌 특별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던 야당이 ‘원샷에 취한 것처럼’ 입장을 180도 바꿨다. 재계는 환호하고 있다. 원샷법으로 대기업 중심의 시스템이 더 단단해질 공산이 커서다. 하지만 개미는 또 울게 생겼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원샷법 통과에 완강하게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종걸 원내대표(더민주당)는 “장기화된 경제위기를 끝내기 위한 대승적인 결단이었다”면서 “국내 경제여건 악화와 급증하는 기업부채 감안해서 여당 안을 수용하되, 3년 시한으로 10대 대기업도 원샷법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결의를 했다”고 말했다.

야권은 줄곧 원샷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법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원샷법은 신용등급이 A등급이나 B등급인 정상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하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5년 한시적으로 특례를 주는 게 골자다.

원샷법 합의의 의미

인수ㆍ합병(M&A) 등 기업의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관련 절차와 규제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기 때문에 원샷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유예 기간을 현행 1~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손자회사가 보유하는 증손회사 지분율을 기존 100%에서 20~40%로 조정하는 등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원샷법이 지주회사 체제를 변질시키고 대기업 오너의 경영권 장악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도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했던 기준이 50%로 상장사일 경우에는 20%, 비상장사일 경우에는 40% 보유로 완화됐다.


특정 조건(분할ㆍ합병 대상이 소규모)이면 주주총회를 안 열고 이사회 승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회사를 쪼개고 합칠 수 있다면 M&A를 통해 지분구조를 오너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어서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악화된다는 우려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의 산업을 보호하고 어떤 규제를 철폐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지 않아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일부 업종에만 수혜가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 목소리를 내던 더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해 벽두부터 터진 중국 증시 폭락을 비롯해 북한 핵실험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성장률(GDP)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7% 미만(6.9%)으로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위기는 수출중심의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반영,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3.0%로 낮췄다. 일부 전문가들이 1997년 외환위기(IMF)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경고를 보낼 정도다.
정부와 여당이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원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한계기업은 2010년 2780개에서 2014년 3295개로 급증했다. 업종별로는 조선, 운수, 철강, 기계 업종에서 한계기업이 급증했다. 특히 철강ㆍ조선업 구조조정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행법(기업개선작업ㆍ법정관리)은 절차와 요건이 까다로워 신속한 사업개편이 어렵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근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재계 1위 삼성은 계열사 사장단이 모인 지난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 서명운동 부스를 차리며 경제활성화 법안의 입법을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 운동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특정 기업의 사장들이 기업 내 부스를 설치해 서명한 것도 이례적이다.

범국민 서명운동까지…

삼성이 서명을 시작하자 계획이 없다던 다른 기업까지 동참하고 나섰다. LG는 임직원들이 휴대전화나 PC 등으로 포털사이트 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에 개설된 서명란에 참여하기로 했다. 건설업계는 더 적극적이다. 이미 건물 내에 서명부를 설치하고 회원사 임직원과 방문객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경제활성화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원샷법의 통과가 다가 아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테러방지법안, 노동개혁 4개 법안(파견법ㆍ근로기준법ㆍ고용보험법ㆍ산재법) 등의 입법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여전히 여ㆍ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본회의 통과 여부가 미지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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