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바오치’ 시대 종언

▲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국경제의 미래가 스모그에 휩싸여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사진=뉴시스]
중국 이슈가 1월 둘째주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강타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속에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서 중국 이슈가 포럼의 대주제인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세계의 공장’과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하며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중국 경제가 새해 벽두부터 ‘세계의 걱정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9%에 머물러 끝내 7% 밑으로 내려갔다. 25년 만의 최저치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바오치保七(7% 성장 유지)’에 실패했다. 아마도 중국 경제가 다시 7% 성장률을 맛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그동안 과열됐던 성장엔진을 어떻게 얼마나 무리 없이 식히느냐의 숙제에 직면했다.

이를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선언한 것이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다. 2016년부터 본격 실행에 돌입했다. 국가가 주도해온 수출ㆍ제조업 중심 경제체제를 내수ㆍ서비스업이 이끄는 체질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을 독일ㆍ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건데(제조업 2025), 정보기술(IT)을 제조업 등 전통산업과 접목하는 전략(인터넷+)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과잉생산하는 좀비기업들을 정리하고(공급측 개혁), 해외직구와 해외여행에 쏠려 있는 중국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괜찮은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제조업 2025’ ‘인터넷+’ ‘공급 측 개혁’ 등 중국 신창타이의 핵심 정책은 왠지 낯이 익다. ‘제조업 선진화 또는 혁신’ ‘성장동력 확보’ ‘구조조정’ 등 그동안 한국 정부가 취해온 정책과 오버랩된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의 신창타이도 말처럼 그리 수월하진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큰 상수이자 변수다. 1위 교역국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과거 중국의 고도 성장기에 혜택을 본 만큼 체질개선 과정의 영향도 크게 받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개혁이 성공하면 중국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고, 실패하면 중국이란 거대시장이 오그라들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신창타이 변화 흐름을 잘 읽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쟁보다 협력에서 길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기업과 협력관계를 모색할 때 첨단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과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 사이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공급 측 개혁으로 부실한 국유기업에 민간자본을 투입할 때 우리 기업도 참여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도 지금 그런 과정이다. 성장통을 얼마나 오래 힘들게 겪느냐는 정부정책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행태에 달렸다. 중국 경제가 지금 어려움을 겪지만,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술력과 제품의 경쟁력을 갖췄음은 물론 인재를 키우는 기업문화와 고객을 중시하는 경영방식도 남다르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해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린 GE의 가전 부문을 삼킨 하이얼은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실적대로 봉급을 주고 그 순서대로 승진시키는 회사로 유명하다. 또 다른 미국의 자존심인 IBM의 PC사업부와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최고 임원 10명을 7개 국가 출신으로 구성할 정도로 세계를 아우르는 경영진과 조직문화 대열에 올라섰다. 휴대전화와 보조배터리, 체중계, 전동 스쿠터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여러 제품으로 유명한 샤오미는 열렬 팬(고객)인 ‘미펀米粉’들의 제품에 대한 지적사항을 정기적으로 받아 제품을 업그레이드한다. 이런 기업들과 이를 벤치마킹하는 중국 기업들이 신창타이 정신으로 재무장하기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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