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수들 원균 잡고 ‘분풀이’
일본 장수들 원균 잡고 ‘분풀이’
  • 이남석 발행인 겸 대표
  • 호수 175
  • 승인 2016.01.2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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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98)

일본은 원균의 함대를 전멸시켰다. 이순신에게 그렇게 당했던 일본 제장들은 모두 만세 만세 만만세를 불렀다. 그러면서 경상도는 물론 그렇게 탐을 냈던 전라도를 향해 질풍같이 전진했다. 이순신이 없는 사이, 일본군은 조선의 해상을 조금씩 장악하고 있었다.

▲ 일본군은 이순신이 없는 틈을 타 조선의 해상을 장악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단병전의 결과는 처참했다. 포구 안에는 군사들의 아우성 소리가 가득했고, 탄환과 화살 날아다니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조선 병선 몇척에는 벌써 불이 일어나 화광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어떤 군사는 피를 뿜고 바다로 거꾸로 떨어졌다. 어떤 군사는 피가 흐르는 칼을 들고 뱃머리로 쫓겨 가는 적군을 따라갔다. “악, 악, 악!” 온 천지는 이 소리로 충만하였다.

이를 두 눈으로 본 원균은 소선小船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그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는 이가 없었다. 원균은 도망치기에 급박하고도 겁이 나서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 그러자 원균이 총애하는 두 여인이 매무새를 풀어 헤친 채로 따라 나와 원균의 소매와 군복자락을 부여잡고 매달렸다. “사또, 소녀들은 다 어쩌고요. 도망을 혼자만 하려 하오.” 원균은 노하여 “놓아, 놓아!” 하다가 칼을 빼어 들어 쳤다. 꽃 같은 두 여인은 원균의 칼에 죽었다. 참 박정하고 잔인하기도 하였다.

원균은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바닷물이 얕아서 허리통 수준밖에 차지 아니하였다. 배에 있던 장졸들이 원균을 따라 바다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남은 노병老兵 하나가 원균이 탔던 판옥누선에 불을 지르고 물에 뛰어들었다. 원균의 몸은 흙투성이가 됐지만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다. 

간신히 육지에 오른 원균은 “오금아 날 살려라” 하고 뛰어 달아났다. 그러나 비둔한 그는 몸이 무겁고 숨이 차서 다른 군사들과 함께 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균을 돕는 군사는 아까 배에 불을 지르고 도망친 노병 하나뿐이었다. 가까스로 뒷산까지 올라가 숨을 돌린 원균은 포구를 내려다보았다. 포구 안에선 여전히 아우성 소리가 울리고, 포성과 화약 불빛이 번쩍거렸다. 우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최호崔湖가 최후까지 남아 싸우고 있었던 거다. 이때 조수도 많이 밀려와 배들이 둥실둥실 떠돌았다. 갈수록 이억기의 형세는 고립되고 적의 형세는 호전됐다. 조수를 따라 적군의 대함대가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억기의 부하들도 주장인 이억기를 따라 끝까지 싸웠다. 그러나 대세는 기울어 이억기까지도 적선의 포위를 받았다. 중중첩첩한 적의 포환에 이억기의 사졸은 거의 다 죽었다. 이억기는 비장飛將이었다. 칼을 빼어들고 적의 층각선으로 뛰어올라가 10여인의 적장을 격살하였다.

칠천진 야습, 수군 전멸

▲ 장수의 정신을 지녔던 이억기는 맹렬하게 싸웠지만 전사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자기 몸에 수십군데 창상을 입었지만 “장부가 어찌 적의 창검에 절명하랴!”라면서 물 속으로 뛰어들어가 죽었다. 그의 나이 37세 때였다. 충청수사 최호도 장사였지만 이억기의 뒤를 이어 죽었다. 이순신 휘하의 명장이던 이영남도 몸을 돌보지 않고 싸우다 저세상으로 갔다. 김완은 적의 탄환에 맞아 쓰러지고 이운룡, 기효근, 이언량, 진무성의 무리들은 최후까지 싸우다가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전투가 끝난 후 일본 사졸들은 조선 각선을 수색했다. 하지만 대장 원균은 없었다. 그러자 적의 총대장 부전수가와 협판안치, 소서행장, 종의지 등 제장이 원균을 잡아오되 생포하는 자에게는 가장 높은 상을 주겠다고 했다. 일본 장졸들은 원균을 잡기 위해 온 산야를 덮었다.

소나무 밑에서 가쁜 숨을 쉬던 원균은 적병이 따르는 것을 보고 일어나 달아났다. 날래지 못하여 곁에 따르는 노병에게 “나를 좀 업어 달라”며 빌었다. 그 노병은 애걸하는 것을 괄시할 수 없어 원균을 업었다. 그러나 그 비둔한 원균을 업고는 얼마나 달아났겠는가.

적병은 점점 가까워졌다. 노병은 “소인이 늙어서 기력이 없소”라면서 원균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원균은 아니 내리겠다고 애걸을 했다. 그 노병은 어쩔 수 없이 보채는 어린아이 뿌리치듯 원균을 떼어놓고 “사또, 보시오. 달아나더라도 죽기는 일반이니 여기서 한번 사내답게 싸우다가 죽읍시다”라며 칼을 빼어 들었다. 그러면서 노병은 활을 들고 나무 뒤에 몸을 숨긴 후 적병이 오는 것을 보고 쏘았다. 적병 하나가 가슴을 손을 대고 쓰러졌다. 연이어 3~4인이 쓰러지매, 적은 잠깐 주저했지만 이내 다가온다.

노병은 활을 쏘다가 돌아다보았다. 하지만 원균은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것은 통제사의 군복과 병부 인신뿐이었다. 아마 원균은 옷을 벗어 버리고 어디론가 달아난 모양이었다. 적군이 흩어지자 노병은 원균의 군복과 병부인신을 싸서 고성으로 돌아와 도원수 권율에게 전황을 고했다. 그 무렵, 길을 잃고 도망치던 원균은 구덩이에 떨어졌다. 어느새 원균을 쫓아온 적군이 창검으로 마구 찔렀다.

원균은 부득이 칼을 들어 응전하였다. 원래 용력이 대단한지라 쉽게 생포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적의 장수 관야정영과 가등희팔의 무리가 뒤쫓아 올라오자 상황이 반전됐다. 관야정영의 칼에 원균의 머리가 떨어지고 가등희팔의 창에 원균의 가슴이 뚫어져 원균은 결국 전사했다. 상을 받아야 하는 일본 군사들은 앞다퉈 원균의 사지를 잘라서 돌아가 군문에 바쳤다. 원균의 수급은 칠갑漆匣에 넣어 풍신수길의 행영으로 가지고 들어가 깃대에 높이 달았다.

원균 수색에 나선 日 장졸들

원균의 함대를 전멸시킨 일본 제장들은 모두 한두번씩 이순신에게 패망을 당했었다. 등당고호, 협판안치, 가등가명, 도진충항島津忠恒(시마즈 다다쓰네), 구귀가륭, 부전수가, 내도통총, 관야정영, 종의지 등 여러 장수였다.

그래서인지 원균을 죽이자 만세 만세 만만세를 부르면서 난리를 쳤다. 한산도를 점령한 대장 부전수가는 제승당에 높이 앉아 수군 제장을 호령하면서 고성ㆍ거제사천곤양남해하동 등지를 차례로 점령했다. 소서행장과 종의지는 사천남해를 분탕하고, 가등청정, 과도직무는 밀양ㆍ초계를 향하고, 소조천수추의 대군은 김해ㆍ창원으로 나왔다. 영남 수십군에는 또다시 살기가 충만하였다. 일본군은 종래에 탐내던 전라도로 질풍같이 수륙 병진하여 전격작전을 감행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 |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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