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➏ 「2016 대한민국 트렌드」 저자 최인수 대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인 최인수(51) 마크로밀엠브레인(소비자 종합 리서치 전문기관) 대표는 최근 「2016 대한민국 트렌드」를 펴냈다. 총 8번째 소비자 트렌드 관련 책으로, 110만명의 패널을 통한 과학적 조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최 대표의 눈에 비친 ‘2016년 대한민국 트렌드’는 무엇일까. 그는 “집의 가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인수 대표는 “소비자의 결핍을 메우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대한민국에 ‘트렌드’ 관련 책이 너무 많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 책은 무엇이 다른가요.
“이 책은 키워드 방식으로 트렌드를 해설하지 않습니다. 이는 선도 소비자 3%의 ‘특이한 취향’을 기록한 것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쉽게 설명한다면.
“예를 들어볼게요. 2012년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혁신상품 트렌드로 ‘구글 글라스’를 선정했죠. 하지만 이 상품은 대중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2014년에는 그해 ‘최악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트렌드의 전제는 ‘대중의 판단’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상위 3% 선도 소비자의 취향과는 다르죠. 이 책은 대중적 소비자의 판단과 태도에 주목합니다.”

✚ 트렌드 관련 책은 대부분 ‘예측’에 뿌리를 둡니다. 그런데 이 책은 2015년 트렌드를 분석한 ‘정리서’ 같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과거 자료에 기반한 트렌드 전망서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령 소비자 절반이 어떤 태도를 보였다고 칩시다. 그럼 이 태도는 수치가 높은 건가요? 낮은 건가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년에 30%였다면 추세는 ‘상승세’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추세’로 이해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 설명이 조금 불친절하다는 불만이 있지 않은가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친절한 트렌드 키워드 해설’에 익숙하면 상황을 오판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집밥 열풍’이 분다고 트렌드 해설서가 ‘집에서 밥을 먹게 하라’고 설명한다면 그게 정답일까요? 그래서 이 책은 ‘집밥 열풍’의 내면적 이유를 설명합니다. ‘모성애’나 ‘정성스러움’의 결핍, 이를테면 정서적 허기가 집밥의 인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방법은 장기적이면서도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군요. 2016년 대한민국 트렌드를 한줄로 요약한다면 무엇일까요?
“‘집의 사용가치에 주목하라’입니다.”

✚ 집의 사용가치… 흥미로운데요?
“부동산의 교환가치는 언젠가 사라질 겁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택배나 배달 서비스가 장기 호황을 누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죠.”

✚ 주목해야 하는 다른 트렌드는 또 없나요?
“대리경험 욕구가 커지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 바빠진 소비자가 TV 등을 통해 대리경험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하루 일과를 쪼개 써야 하는 현대인은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래서 가치소비(내 경험을 높여주는 서비스), 큐레이션 서비스(대신 상품을 골라주는 것) 등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큐레이션 서비스는 부족한 물리적 시간에 도움을 줍니다. 좋은 상품을 고르는 시간을 줄여주는 거죠. 여행, 성형, 피부관리, 헬스 등 ‘나에게만 투자’하는 소비도 늘어날 겁니다.”

✚ 쿡방(Cook+방송)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군요. 일종의 가치소비니까요. 
“그렇습니다. 장기불황을 겪을 때 소비자는 활동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황기엔 대리경험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게 마련이죠. 쿡방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특히 ‘집밥 백선생’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 프로그램은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일상의 삼시세끼’를 이야기합니다. 이는 불황기를 힘겹게 견디고 있는 소비자가 대단한 걸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지금 소비자는 그저 결핍을 해소하길 원할 뿐입니다.”

✚ 사실 소비자의 결핍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결핍이 스트레스를 부르고, 그런 스트레스가 번아웃 증후군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입니다. 특히 스트레스는 신뢰를 하락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도 ‘저신뢰사회로 진입하다’라는 챕터가 있더군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사소한 약속’을 잘 지키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사회는 ‘크고 잘 드러난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성과주의’만 주목을 끄는 겁니다. 그래서 일상의 약속을 잘 지키는 문화가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사회적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 사람의 내면을 보는 건 소비자의 장기적 욕구를 이해하는 방식이다.[사진=뉴시스]
✚ 책에서 제시한 7가지 주제(시간ㆍ집ㆍ콘텐트ㆍ정서적 허기ㆍ사회적 욕구ㆍ불안ㆍ불신) 가운데 ‘시간’을 가장 먼저 언급한 이유도 ‘결핍’에 있지 않나요? 
“소비자는 ‘소비’의 주체를 의미하는데, ‘소비’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원이 필요하죠. 핵심은 ‘돈’과 ‘시간’입니다. 그런데 최근 가계 부채 문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돈의 부족 문제는 아주 일상적인 것이고, 그와 함께 ‘시간’ 부족의 문제도 돈 부족의 문제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은 소비자가 ‘관심’을 어디에 쏟는가 하는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이죠. 시간이 부족하다면 모든 것에 관심을 다 쏟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3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전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01년 실시한 CTR(consumer trend reportㆍ6000명) 조사를 10~12년 주기로 트래킹(Tracking)한 결과에서도 ‘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공동체 의식’ ‘동료의식’은 붕괴 직전에 있는 듯하구요.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개인화’를 바라보는 20대와 50대의 의식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빨리 변했다는 방증인데, 이는 세대간 갈등을 예고합니다. 일상에서도 세대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사회 지도층이 대타협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3년 후 대한민국은 더 암울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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