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가 상장 카드 꺼낸 까닭

▲ 사우디가 아람코 지분 매각을 통해 본격화될 유가전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상장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최근 칼리드 알 팔리 아람코 회장은 “감산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일부에서 그럴 듯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아람코 지분을 일부 매각해 원유생산 경쟁자들과의 한판 승부를 계획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현재 배럴당 30달러라는 유가는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가격이 장기화되면 원유 생산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버티기 힘들어져 시장을 이탈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유가는 다시 오를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회장이 원유 생산을 인위적으로 감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 팔리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같이 밝혔다. 알 팔리 회장은 “사우디는 가장 탄력성(the most resilient)있는 원유생산국이며, 시장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든 매우 오랜 기간(long long time) 저유가를 견뎌낼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준비는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알 팔리 회장은 “시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사우디 혼자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가들이 원유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한 사우디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이 먼저 감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원유생산을 가장 많이 늘린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알 팔리 회장은 “다른 원유생산국들(OPEC 이외의 원유생산국)이 협력할 의지가 있다면 사우디도 그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합의를 통한 감산 여지는 남겨뒀다.

눈에 띄는 건 ‘준비가 됐다’는 알 팔리 회장의 발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준비’를 뜻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사안을 연결해보면 시나리오는 이렇다. 최근 아람코는 기업공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저유가로 인한 사우디의 재정적자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지난해 980억 달러(약 118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아람코의 지분 매각금액이 다른 데에 쓰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 석유 생산량의 12.5%를 차지하고 있는 아람코의 기업 가치는 시가총액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최대 10조 달러(약 1경2000조원)가 될 거라는 분석(영국 이코노미스트)도 나오고 있다. 아람코가 비축한 원유 물량만 2600억 배럴로 배럴당 30달러로 계산해도 7조8000억원에 이른다. 아람코의 원유 생산단가도 배럴당 9.9달러에 불과하다. 만약 사우디가 아람코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유가 경쟁에 나선다면 당해낼 적수는 없다는 얘기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후반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해 12월 3일 40달러대 이하(38.57달러)로, 1월 6일에는 30달러 이하(28.99달러)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경우 지난해 12월 2일에 40달러대 이하(39.94달러)로, 1월 15일에는 30달러대 밑(29.42달러)으로 떨어졌다. 1월 21일 현재 두바이유와 WTI는 각각 26.02달러, 29.5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의 가격 경쟁이 지속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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