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이발소를 상징하는 모양은 어이없는 ‘방혈요법’과 관련이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대다수의 사람은 약의 정확한 성분을 모른다. 정체불명의 물질을 아무런 의심 없이 먹는다. 하루에 세알씩 먹는다면 연간 1000알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약의 오ㆍ남용을 피하자는 얘기를 우리는 숱하게 들으며 살아간다. 약은 곧 독이므로 효과가 빠른 약은 독성이 강함을 의미한다.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한 한국인은 몸이 아픈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게다가 더 빨리, 더 확실히 효과가 있는 약이라야 한다. 우리의 조급증이 약을 찾고, 의사들은 옆에서 약을 부추긴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이에게 의사가 약을 권하는 것을 우리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살아간다.  물론 의사가 환자에게 약 처방을 내리지 않고 돌려보낼 수도 있다. 문제는 환자의 증세가 악화했을 때 그 책임으로부터 의사가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고가의 의료진단장비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일단 찍어보자고 해야 최선을 다한 듯이 느껴진다.

불과 200년 전만 하더라도 병의 원인이 혼탁해진 혈액에 있다 하여 피를 뽑아 버리는 방혈 요법이 성행하지 않았는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비롯한 돈 많은 자들은 이발사의 면도칼 아래 생을 마감했다. 당시 면도칼을 다루는 직업인 이발사에게 방혈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줬고, 그들은 그저 환자의 피를 뽑아 버릴 뿐이었다. 이발관의 네온 간판이 붕대와 피를 뜻하는 징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신이나 첨단은 현세를 사는 우리가 붙이는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암의 최신치료 요법이라 자처하는 수술, 화학, 방사선 요법 역시 먼 훗날 후손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많은 사람은 당연한 듯이 혈압약을 받아들인다. 물론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거부감과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좋아지지 않겠냐란 생각에 잠시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혈압으로 인해 야기될 위험성을 의사에게 들으면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평생 약 복용자의 굴레를 쓰게 된다.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혈압약의 효과는 대단히 좋은 편이다. 도대체 혈압약은 어떤 기전으로 우리 몸에서 생리적 작용을 하는 것일까.

강압제, 이를테면 혈압강하제는 혈압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약이다.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만 주목하는 전형적인 대증요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의 완화가 곧 치유의 과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논에 물을 대는 호스를 예로 들어보자.

물때나 이끼 등으로 파이프의 내벽이 좁아졌거나 무엇인가가 막혀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파이프 내벽에 압력이 발생할 것이고, 양수기 모터의 속도를 줄여 물의 세기를 낮춘다면 압력은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논의 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약의 문제점은 다음 호에 좀 더 알아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