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제도 문제 없나

▲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는 창직은 박근혜 정부가 꺼내든 고용 정책 중 하나다.[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노동개혁’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센터’ 등 방법도 다양하다. 창직도 그중 하나다. 정부는 창직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직업이 만들어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기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창직에 도전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가 사실상 없다.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

‘창직創職’. 박근혜 정부가 꺼내든 고용 정책 중 하나다. 방법은 2013년에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을 통해 제시했다. ‘선진국 직업과 비교’ ‘관련 규제 완화’ ‘자격증 신설’ 등을 통해 새로운 업종을 발굴하고 이를 일자리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2017년까지 총 700개의 신新직업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세웠다.

정부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창직’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에 1만1655개의 직업이 있다. 미국의 3만개, 일본 1만7000개에 비해 적은 수치다. 직업 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 새로운 직업이 생길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기업이 주도하는 현재의 구직 시장이 치열한 경쟁의 ‘레드오션’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장벽에 부닥친 창직의 현주소

또한 창직은 취업과 달리 2ㆍ3차 일자리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켜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목표대로 700개의 신직업이 생긴다면, 직업당 1000명의 종사자가 발생해도 70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창직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복잡한 행정 절차는 창직을 포기하게 만들기 일쑤다. 업계ㆍ업종에 대한 정보 부족, 정보 수집ㆍ교류 인맥의 부재 등도 창직을 꺼리게 한다. 여기에 보험세금 같은 경제적 부담, 세무 등 기초 지식의 부족, 아이디어 상품화 및 홍보 노하우 부재, 지속적인 운영자금 부담 등 창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창직 관련 지원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일부 소수 대학생에게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 과정’을 지원하는 것을 빼고는 없다. 그나마 활용도가 높았던 ‘창직인턴제도’는 2015년 폐지됐다. 중소기업청의 창업인턴제와 중복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제도는 시장에서 활동 중인 선배 창직인에게 경험 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예비 창직자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인턴 참여자가 인턴 기간 중 또는 인턴 기간 만료 후 1년 이내 새로운 직업을 만들면 개인별로 지원금도 줬다. 현장에서 평이 좋았던 창직인턴제도가 폐지된 건 정부가 현장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준다.

창직제도가 수익성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수 중앙대(경제경영학) 교수는 “창직은 수익성이 없어도 취업에 도움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창직을 수익성을 강조하는 기존 창업지원 사업의 틀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창직은 수익을 내는 기업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만드는 개념이다.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난 이후 이익을 실현하는 한 방식 중 하나가 창업인 것이다.

물론 프리랜서로도 활동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창직자들이 직업을 만들고 이를 창업으로 이어간다.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창직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자기 자신을 고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업 모델이 정착하기 전까지는 돈을 벌 수 없다.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업종이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수도 없다.

임한규 신직업창직협회 사무총장은 “창직은 창업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며 “때문에 창업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전문적인 창직 역량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나 컨설팅해주는 창직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창직 업계에서 자금 마련 방안, 시장 분석 방법, 연구 후원 등 표준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 전반에 창의력 심어야

▲ 우리나라에는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많다. 하지만 창직을 지원하는 제도는 사실상 전무하다.[사진=뉴시스]
아울러 현장에서는 학생과 청소년이 진로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창직 진로’ 교육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임한규 사무총장은 “선진국에는 창직이라는 단어도 없고 특별한 지원도 없다”며 “그럼에도 새로운 직업이 계속 나오는 건 교육과 생활을 통해서 너는 ‘얼마든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입스펙 경쟁에만 매달리는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창의력을 심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창직을 인정해주는 기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직업사전 등재나 신직업 등록 등의 업무를 맡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고용정보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직업을 인정받으려면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리기 일쑤다.

그사이 창직자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창직가가 새로운 콘텐트를 개발해도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사업분야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업자등록증 발급도 어렵다. 우리나라 창직,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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