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에 비친 창직

▲ 창직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사진= 뉴시스]
창업創業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초기 자본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경험도 있어야 한다. 섣불리 창업을 했다가 큰코다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창직創職은 다르다. 자본이 없어도 직무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창직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남녀 청년실업률은 각각 10.6%, 7.8%로, 역대 최고치였다. 공식 통계수치에 잡히지 않는 ‘비구직 청년 무업無業자’, 일명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and Training) 100만명을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20%에 육박할 수도 있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 사업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매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청년창업률은 기대만큼 활성화되고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창업을 주저하는 이유는 도전정신과 열정의 부족, 실패에 대한 두려움, 창업에 필요한 자금의 부족 등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창직(New Job Creation)이다.

창직은 창업과 달리 미래 유망한 신직업을 발굴하고 신직업에 필요한 직무역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의 치열한 취업시장보다는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 직업세계를 개척해 자기 주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창업처럼 자본이 필요하지도 않고, 관련 분야에 오랜 경험과 영업을 위한 네트워크도 필요하지 않다. 단지 유망한 신직업을 발굴하고 필요한 직무역량을 쌓는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추면 해당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반려동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하는 신직업이 ‘반려동물 사진사’다. 반려동물 사진사의 직업 경로는 다양할 수 있다. 기존 사진 스튜디오에 반려동물 사진전문가로 취업하거나 프리랜서로 뛰거나 아니면 자금을 모아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를 창업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유망한 신직업을 발굴하고 이를 개척해 나갈 여지는 충분하다. 고용정보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직업 수는 1만1655개다. 미국 3만654개, 일본 1만6433개보다 각각 1만8999개, 4778개 적다. 우리가 개발하지 못한 유망한 신직업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청년들이 신직업을 발굴하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신직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필요한 직무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창직지원사업’ 확대가 무척 중요하다는 거다.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예산의 10%만이라도 창직지원사업에 쏟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신직업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확신한다.

창직지원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창직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필요도 있다. 현재 전국에는 300여개의 창업보육센터가 있다. 하지만 창직지원센터는 단 하나도 없다. 이는 창직지원사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이야말로 창업에 매몰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신직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적합한 창직사업 활성화에 정부가 발 벗고 적극 나서야 한다. 청년들 역시 안정적인 일자리만 찾을 게 아니라 미래 유망한 신직업을 발굴하고 개척해 나가 자기 주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개척하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갖춰야 한다.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sunny@cau.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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