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이란 재정, ‘플랜트 특수’ 막을 가능성 솔솔

▲ 건설업계는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해외 수주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사진=뉴시스]
해외수주 가뭄을 겪던 국내 건설업계에 ‘단비’가 내릴 듯하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플랜트 발주량이 늘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이란 정부의 부실한 나라곳간 탓에 플랜트 발주가 더딜 공산이 크다. 현지에서 자금을 충분하게 조달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란 특수特需’ 아직은 더 지켜볼 때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해외 건설 수주가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1000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산을 회수하고,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할 길을 모색하면서다. 당연히 플랜트공사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12월 “이란 건설시장이 2020년까지 65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란이 중동지역 최대의 건설시장으로 부상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5년 기준 이란의 건설시장 규모는 681억 달러다. 사우디아라비아(1092억 달러), 아랍에미리트(961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이란의 건설시장이 더 커질 공산도 크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세계에너지통계 보고서(2014년)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4위, 2위다. 이란이 이런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십분 활용하려면 설비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가 국내 건설업계에 호재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도 충분하다. 경제제재 이전인 2009년 이란은 우리나라에 여섯번째로 큰 해외건설시장이었다. 당시 이란시장에서 올린 총 수주액은 120억 달러(당시 약 14조원). 그중 현대건설이 35억9000달러, 대림산업이 35억7000달러, GS건설이 28억3000달러를 수주했다. 건수로는 각각 7건, 21건, 4건이었다.

현대건설은 규모가 큰 사업을 주로 진행했다. 이란의 최대 규모 가스플랜트 공사를 무사히 마무리, 이란 정부로부터 포상금을 받은 적도 있다.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 가장 많은 수주를 기록했다. 특히 이란이 경제제재를 받은 후에도 현지 지사를 철수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국내 시장개척단과 만난 이란의 도로도시개발부 장관이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진행한 대림산업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란 정부가 대림산업에 호의적이라는 얘기다. GS건설은 이란에서 국내 업체 중 가장 최근에 수주한 업체다. 2009년 경제제재 동참 직전 14억 달러의 대형 가스플랜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가 당장 국내 건설사에 수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란 내부에 변수가 수없이 많아서다. 무엇보다 이란의 플랜트 발주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저유가 국면 등을 감안할 때 이란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랜트 및 인프라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내 건설사의 대對이란 수주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변수는 이란의 재정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이란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국내 시중은행을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다. 이선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시중은행이 PF대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정부와 국내 시중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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