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법률사무소 지킴 김명종 변호사

‘달걀로 바위치기’에 성공했다. KDB생명에서 사업가형지점장으로 일했던 A씨가 법정다툼에서 승소했다. KDB생명이 제기한 ‘정착수수료 반환청구소송’에서다. 아직은 1심 재판만 끝난 상태라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의미는 충분하다.

▲ 김명종 변호사는“KDB생명의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해도 도의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보험사의 지점장과 사업가형지점장(PBM)의 법적 지위를 다르게 봐야 하나.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는 정규직 지점장과 개인사업자형의 계약직 지점장이 있다. 영업망 관리 등 하는 일은 똑같지만 사업가형지점장은 근로계약을 맺은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로 보기 힘들다.”

✚ 그렇다면 회사측의 임의대로 계약 변경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아닌가.
“PBM의 경우 자신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 등의 보상을 받는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악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합의(당사자의 서명)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꼼꼼히 훑어보면, 70명 이상이 비슷한 조건으로 KDB생명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리한 사람들은 변경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 대부분의 사업가형지점장이 불리한 변경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가 형식적인 절차라고 회유하고 강요도 했다. 스카우트를 통해 회사를 옮긴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직원이다. 금방 회사를 나가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든 회사에서 버텨야 하는 을乙의 입장인건 마찬가지다.”

✚ 최근 1건이 승소를 했다. 승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사적 계약에서 서명을 하면 계약서의 내용대로 효력이 인정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 내용이 너무 부당하기 때문에 법원이 효력 자체를 부인했다. 회사의 일방적이고 불리한 조건의 계약 변경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큰 흐름은 고정급(정착수수료)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지점장을 모집한 다음 계약을 변경해 지급한 고정급을 환수하려고 한 것이다. 환수를 하기 위해 변경한 계약 내용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간 조건은 힘들어도 버티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적 조건은 다르다. 신생회사의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실적을 채우기 힘든 경우가 많다. 회사가 돈을 뺏어가기 위해 조건을 변경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회사가 계약 변경에 따른 세부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다.
“회사가 정확하게 설명하지도 않았지만 내용을 알려줄 의무도 없다. 알려줬다면 회사를 나갈 사람이 몇이나 됐겠나. 계약 조건 변경과 신분 강등으로 퇴사를 유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 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회사의 말만 믿고 계약서에 사인을 해서는 안 된다.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자문을 받아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반적인 대기업에서는 이렇게까지 치사한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 법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민법에는 계약 자유의 원칙이 있다. 사적 영역의 계약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어렵다. 문제는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계열 생보사가 이렇게까지 치졸한 방법을 썼어야 했느냐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대기업ㆍ국책기업의 사회적ㆍ도의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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