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직원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CEO는 대부분 가정을 소중하게 여겼다.[사진=뉴시스]
후한의 광무제가 재상 송흥을 불렀다. 자신의 누이를 처로 맞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송흥은 지금까지도 유명한 말을 남긴다. “조강지처 불가당입니다.” 최근 불륜을 만천하에 공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묻고 싶은 것도 이것이다. “당신은 후한의 송흥을 아십니까?”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는 최근 SK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색다른 양심고백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영을 책임진 자가 경영이 아닌 불륜관계와 혼외자 문제를 세상에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본 필자는 두가지 단상斷想이 떠올랐다.

첫째는 세상을 호령하는 재벌 총수가 바람을 왜 피우느냐다. 재벌 총수는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기업의 선장이다. 선장은 항해 중 만나는 폭풍을 헤치고 가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책임져야 하는 외로운 CEO다. 정상의 자리는 항상 외로운 법. 이런 외로움을 털기 위해 재벌 총수는 일탈행위를 서슴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둘째는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고사성어다. 중국 후한의 광무제에겐 혼자가 된 누님이 있었다. 홀로 된 누님의 처지를 애처롭게 여기던 광무제는 그 누님이 당시 재상인 대사공 송흥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알고 송흥을 불러 넌지시 물었다. “이제 대사공은 귀한 신분이 되었는데 여자를 바꾸는 게 어떤가.” 그때 송흥은 “조강지처 불가당(糟糠之妻 不可當)”이라고 답했다.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으면서 함께 고생한 아내를 마루 아래로 내려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결국 고생 끝에 창업을 이뤄낸 창업주는 조강지처를 버리지 않는다. 바람을 피우는 경우는 많지만 가정을 깬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가 모신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도 그야말로 가정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당시 김우중 회장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가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시한폭탄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이 시한폭탄을 제거할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구절이 나온다. 자신을 수양하고 주변을 잘 다스려야 국가도 다스리고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작은 것을 먼저 다스린 연후에야 큰 것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거다.

이제 필자가 컨설팅한 기업을 비교해 설명해보자. A기업 CEO는 볼품 없는 아내를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회사 직원들과 담화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 광경을 본 직원들이 처음에는 못생긴 아내를 왜 데리고 다니느냐며 궁금해했지만 ‘수신제가’하려는 CEO의 겸허함에 모두가 존경을 마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회사 내 이혼율이 크게 줄어들었고, 회사 분위기도 밝게 바뀌었다.

B기업 CEO는 아내를 멀리하고 바람 피우는 장면이 회사 직원들에게 목격되는 등 가정사가 깨끗하지 않았다. 이를 본받은 듯 회사 직원의 이혼율이 높아지고 급기야 조직 내 활력이 떨어졌다. 이혼 소송을 당한 직원들은 횡령을 저질렀고, 회사는 돈맥경화에 시달렸다.

극단적인 사례일지 모르지만 어찌 됐든 기업의 CEO는 조직과 사회를 이끄는 리더다. 물론 CEO의 모습이 기업 전체를 상징할 순 없다. 하지만 CEO의 행태와 성품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수령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최태원 회장의 불륜고백을 쉽게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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