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

▲ 우량기업 포스코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뉴시스]
포스코의 지난해 적자전환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포스코가 한국 ‘블루칩’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조선ㆍ자동차ㆍ기계 등의 전방위 산업체인 포스코가 흔들거리면 안 그래도 죽을 쑤고 있는 후방산업 전체가 또다시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된다.

1월 29일 오후 4시. 포스코가 47년 역사에서 처음 겪는 굴욕屈辱의 순간이었다.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가진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였다.

사실 이날 적자 발표는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지난해 10월 포스코가 스스로 3000억원의 예상 적자를 공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적자 규모(연결기준 당기 순손실)를 놓고 ‘1000억~2000억원일 것이다’ ‘450억〜1420억원일 것이다’는 등 얘기가 많았다. 비록 예상 적자 규모에 차이는 있었지만 적자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것. 이날 포스코 권 회장이 적자를 공식 시인하고 나선 게 다르다면 다를 뿐이다. 이날 발표를 통해 지난해 포스코의 적자규모는 96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방만 경영이 ‘적자’라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것이다.   

포스코가 어떤 기업인가. 영일만의 기적을 낳으며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쌀인 철강으로 한국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자랑스러운 국민기업이 아니었던가. 매년 수조원 단위의 순이익을 거두는 부동의 우량기업이어서 역대 정권들이 늘 탐을 내며 자기 사람을 CEO로 심어 두려 했던 공기업이 아니었던가.

불과 5년 전인 2010년만 해도 순이익은 무려 4조1856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3년 1조3552억원으로 그 규모가 줄더니 재작년(2014년)에는 5567억원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사상 첫 적자라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매출규모도 계속 줄었다. 지난해 포스코 매출은 60조원을 밑도는 58조1920억원 이었다. 2011년 68조9387억원에서 불과 4년 만에 무려 10조7467억원(15.6%)이나 준 셈이다. 매출과 순이익이 동시에 격감하는 ‘쌍끌이 부진’이란 늪에 빠진 것이다.

올해 출항 3년차로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권오준號 포스코는 지난 2년간 나름대로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에 힘을 쏟아 왔다. 하지만 시장은 ‘족탈불급足脫不及’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권 회장은 그동안 ‘백 투 더 철강 본업’을 외치며 웬만한 계열사는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했다. 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소위 ‘윤리경영’을 표방했고, 수익위주로 경영의 새 틀을 짜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아닌데, 아직은 한참 부족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포스코의 지난해 적자전환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포스코가 한국 ‘블루칩’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조선ㆍ자동차ㆍ기계 등의 전방위 산업체인 포스코가 흔들거리면 안 그래도 죽을 쑤고 있는 후방산업 전체가 또다시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된다. 포스코의 실적 추락 요인으로는 대개 다음 몇 가지가 꼽힌다.

부실 계열사들의 적자 확대,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글로벌 철강업계 불황,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화부채 증가, 해외 투자자산의 가치하락 등이다. 포스코는 계열사 구조조정에 열심이지만 아직도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43개, 해외 178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철강 본업’마저 위태롭게 하는 형국이다.

‘공룡 포스코’의 내적內的 체질개선 지연, 사라질 줄 모르는 정치권의 외압 등도 포스코 경영을 옥죄는 요인이다. 국내 고로高爐 철강업계가 경쟁체제로 변했고 중국과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포스코 임직원들의 경영마인드는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다. 혹시 아직도 ‘옛날 갑甲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면 하루바삐 거기에서 탈출해야 할 것이다.   
이우열 경영학 박사 ivenc@korea.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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