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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뿔나게 하는 말 “대충하세요”최진배의 音樂別曲
[177호] 2016년 02월 12일 (금) 15:52:26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조교수 jazzinbae@gmail.com

   
▲ 예술인의 작품에는 대우와 존중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최근 재능기부라는 말이 ‘무료’라는 뜻으로 인식돼 예술인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의미있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재능기부를 할 때는 오롯이 예술인의 선택이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는 누군가가 무료로 일할 것을 강요받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이 나의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 이는 필자가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던 10대 때부터 가슴에 품어왔던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바람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는 예술을 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화가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즐기길 바라고 작가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업가는 자신의 제품이나 결과물을 많은 사람이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이제 생각해보라. 만약 당신이 사업가라면 누군가 당신의 제품을 그냥 공짜로 사용하고 싶다고 할 때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난 많은 사람이 내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라고 하면서 공짜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는가. 물론 돈이 목적이 아니거나 취미로 무언가를 만들었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와 내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라면 선뜻 공짜로 내주긴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는 필자의 예가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예술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재능기부’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후 많은 단체에서 예술인에게 재능기부를 하라며 무료 공연과 강연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은 예술인이 ‘재능기부’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재능기부 공연과 행사가 예술인을 무료 혹은 저렴하게 섭외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됐다. 그 결과, 최근에는 ‘재능기부’라는 말이 ‘무료 공연’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정말 좋은 취지의 재능기부 행사는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선택하는 예술인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행사를 고사하기도 적당한 대가를 바라는 것도 힘들다. 이를 이유로 거절이라도 할라치면 “누구는 와서 무료로 공연을 했는데 당신들은 왜 돈을 받으려고 하느냐”며 비난까지 한다.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돈을 받을지 아니면 선행을 베풀지는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무료 공연을 당연한 듯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술인을 속상하게 하는 일은 재능기부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사적인 모임에서 춤을 춰 보라든지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예의상 거절하면 누군가 “그냥 대충한번 보여 달라는 건데… 조금 건방지네”라고 말하며 비아냥거린다. 사실 프로 예술인에게는 이는 상당히 난감한 부탁이다. 프로 예술인에게 대충이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예술인이 아닌 그 누구라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다면 ‘대충 한번’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는 코미디언에게 다짜고짜 웃겨 달라고 떼를 쓰는 것처럼 황당한 일이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은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상인과의 저녁 식사자리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쇼팽은 상인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났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해 참았다. 그리고 얼마 후 쇼팽은 그 상인을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디저트가 나오는 시간 못·구두창·망치·신발 등을 식탁에 올려놓곤 “구두창은 어떻게 박는지 대충 한번 보여주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복수를 했다. 이는 한국의 위대한 성악가 조수미씨의 자서전에 등장한 쇼팽의 일화다.

예술가의 입장에선 통쾌한 일이지만 한편에선 이런 황당한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예술가는 돈에 그렇게 많은 가치를 두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예의 그리고 존중을 원한다.
그러니 예술인에게 ‘재능기부’ ‘그냥 조금만’ ‘대충 한번만’이라는 말은 조심히 사용하길 바란다. 이런 말을 사용하고 싶다면 예술가에게 당신이 팔고 있는 제품 하나를 내놓는 것이 공평하다는 얘기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조교수 j
azzinbae@gmail.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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