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왜 개성문을 먼저 닫았나

▲ 정부가 대축제재 카드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지만 도리어 악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2월 10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로켓까지 발사하자 대북제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남북관계나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악수인 이유 5가지를 분석했다.

1 손실액 계산 불가

1억 달러. 북측 근로자 임금으로 지급되는 연간 금액이다. 하지만 이를 막는 것으론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끊어내는 효과는 미미하다. 대신 우리나라 기업의 손해가 막대하다. 중소기업 업계가 이번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입을 피해액은 계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5개월간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남측이 입은 피해는 최대 10조원. 이는 협력업체 피해액 3조원을 비롯해 입주기업 매출손실액 1조2000억원, 입주기업 투자금 1조원, 정부와 입주기업 투자금 1조원 등을 합한 수치다.

문제는 이번 중단이 영구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계는 2013년엔 북한이 먼저 문을 닫았기 때문에 공단 재개가 쉬운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출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두고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공단 정상화를 재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스스로 퇴로를 막은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기업의 완제품과 생산 설비 회수까지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 입주기업 보상 ‘깜깜’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입주기업들이 입은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경협보험제도 하나뿐이다. 이 보험은 개성공단이 외부적인 사유로 중단될 경우 개별기업에 손실 금액을 보장해주고 공단 운영이 재개되면 보험금을 반납하는 것이다. 이번 경우도 일단 보험대상에는 포함될 전망이다. 이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최대 70억원 한도에서 투자금의 90%까지 보전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은 이 제도가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2013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에도 업체별로 받은 지원금은 1000만원 안팎에 그쳤기 때문이다. 보험에 가입한 기업 역시 전체의 61% 수준인 76곳뿐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이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을 대체할 새로운 공단 부지를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했을 때의 장점인 저렴한 인건비와 의사소통 문제를 극복할 수 없어서다. 인건비의 경우 북한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73.87달러. 근속수당 등을 포함해도 평균 160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할 때 20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다. 반면 중국의 인건비는 한 달에 600달러,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월 250~280달러 수준이다. 북한의 인건비와 비교하면 약 100달러 이상 비싼 셈이다.

애꿎은 입주기업만 ‘울상’  
 
여기에 제3국에 대체지로 나가야 한다면 통역사 고용 등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금액을 사용해야 한다.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만한 부지가 없다는 얘기다.

3 한국 증시 ‘개성 쇼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카드는 설 연휴를 맞아 거래일을 쉬고 개장한 국내 증권시장에 카운터펀치였다. 11일 코스피는 장 시작과 함께 2.35% 빠진 채 시작돼 장 후반 1850선까지 내려갔다. 결국 전일보다 2.93% 떨어진 1861.54에 마감했다. 2012년 5월 18일 62.78포인트(3.40%)가 하락한 이후 최대치다. 코스닥은 장 초반 2% 하락세를 유지하다 중반 이후 지수가 급락하면서 4.93%가 떨어진 647.69로 장을 마쳤다. 업종별로는 방위산업 관련주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로만손, 재영솔루텍, 신원 등과 대표 남북경협주 현대상선 낙폭이 컸다. 로만손 -13.6 2%, 인디에프 -18.44%, 신원 -8.78%, 좋은사람들 -16.9% 등 10%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남북경협주인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폭락했다. 현대상선은 -19.57%, 현대엘리베이터 -14.35%, 현대증권 -6.07% 등이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폐쇄가 예고된 변수가 아닌 탓에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4 공들인 남북관계 ‘냉랭’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 조치로 남북 관계가 냉랭했던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갈 처지다. 남북한은 19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 타결로 화해협력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1993년 시작된 북핵 문제로 1990년대 말까지 냉랭한 관계를 이어갔다.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본격적으로 물꼬를 트게 된 것은 1998년부터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001마리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으면서다. 정 회장은 첫 방북의 성과로 ‘금강산 관광 개발 사업’을 들고 내려왔고 그해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만의 일이었다.

▲ 남북이 각각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폐쇄를 선언하면서 남북 관계의 시계가 불투명해졌다.[사진=뉴시스]
2000년 6월에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첫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결과물이 바로 ‘개성공단’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2008년 북한군의 피격으로 우리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잠정 중단돼 현재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지만 개성공단만은 북한의 핵실험, 연평도 포격 국면에서도 이어오던 사업이었다.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졌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남북관계는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가 상당 기간 냉각기를 이어갈 공산이 커졌다.

5 통일 대박론 물거품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 대박론’ 등 통일전략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발표한 대북정책이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남북관계 新냉전기 거치나

2014년에는 신년사를 통해 ‘통일대박론’을, 같은해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대북 3대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이라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당분간 통일보다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결국 개성공단에 불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남북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김미란ㆍ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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