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우 동원산업 사장

삼성전자 출신인 이명우(62) 동원산업 사장은 수산업계의 히딩크 같은 존재다. 그는 수산업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 수산청과 직접 협상도 벌이는 수산회사에 글로벌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원양어업도 기술과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동원산업 제공]
“수산업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산업종도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관계를 제대로 정립해야 합니다. 일반 어민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큰 수산회사도 필요한 지원은 정부가 해야 돼요. 해양 강국이 되려면 담당 공무원들도 전문화돼야 합니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원인이 무엇이든 산업을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대립 구조로 파악하는 정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수산업 정책자금 지원을 예로 들었다. 동원산업은 더 싼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수산업 정책자금을 쓴다. 원양산업협회가 이 정책자금 지원 수수료를 예산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등에서 왜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느냐고 하지만 대기업이 이 자금을 쓰지 않으면 협회가 살림을 꾸려갈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 참고: 취임 후 2년 동안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그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만났다. 유가 하락으로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그의 동의를 얻어 대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 유가 하락이 악재이기만 한 건 아니지 않나요?
“어가가 더 내려가면 구조조정 압력이 생겨 업계가 재편될 수 있습니다. 이미 다수의 마이너 회사들이 손을 들었어요.”

✚ 그동안 주로 종사한 전자 산업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업종은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원양어업도 기술 수준이 떨어지면 버틸 수 없어요. 전자와 달리 B2B 산업이지만 유통 거래처 즉 고객의 소리에 민감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죠. 업의 개념, 말하자면 우리가 영위하는 업을 어디서 어디까지로 볼 건지도 고민거리입니다.”

그는 자신의 책 「적의 칼로 싸워라-남다른 가치를 만드는 차별화경영 24」에서 코카콜라사가 시장을 넓게 정의해 거둔 눈부신 성공을 소개했다. 이 회사가 물을 포함하는 전 음료시장으로 시장의 경계를 넓힌 끝에 탄산음료 사업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종합 음료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에 달렸다는 것도 전자산업과 같습니다. 우리 팀 스타 플레이어와 무명 선수 간에 균형을 어떻게 잡아 주느냐도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죠. 선장 출신도 원양어업에서 뼈가 굵은 사람도 아니다 보니 선장들에게 ‘나는 홍명보가 아니라 히딩크’라고 말합니다.” 잘하는 프로 선수가 소속팀 감독보다 연봉이 높듯이 잘나가는 선장 연봉이 임원급보다 높은 것도 그렇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히딩크 사장’은 취임 후 선장이 한번 배 타는 기간을 1년 반~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그는 군복무 기간도 2년 이하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해외통인 그는 명절 때면 원양에 떠 있는 회사 배를 찾는다. 떡값을 나눠주고 선원들과 배에서 타운홀 미팅도 연다. 선원의 3분의 2는 외국인이다. “선원들과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하는 거죠. 건의사항도 청취하고요.”

원양수산업도 기술ㆍ마케팅이 중요해

원양어선 선장은 연봉이 얼마나 될까. “수산대, 드물게 수산고 나와 30대 후반에 선장이 됩니다. 실적 좋은 선장은 사장인 저보다 연봉이 훨씬 높아요. 참치를 잘 잡으면 성능 좋은 새 배, 좋은 배를 타게 하니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나도 진작 알았으면 선장이 되려 했을지 몰라요. 그런데 수산대 진학하려는 젊은이들이 별로 없어요.”

✚ 수산업종도 구직난 속 구인난을 겪는군요.
“수산업은 6차 산업이에요. 고기만 잡는 게 아니라 통조림 제조도 하고 판매 서비스도 합니다. 그런데 비린내 난다고 젊은이들이 잘 안 들어오려 합니다. 글로벌 인재들이 수산업에 많이 들어와야 합니다. 정부 간 협상도 있지만 원양수산 업체는 각국 수산청과 협상도 직접 해야 돼요. 과거 우리나라가 러시아, 아프리카 국가들과 수교할 때 수산회사들이 기여를 많이 했습니다. 영어 잘하는 사람과 도전 정신이 강한 청년들을 바다가 부릅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