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최종식 사장의 야심찬 포부

▲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자동차 업계의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사진=지정훈 기자]
사社는 사대로, 노勞는 노대로 등을 돌렸다. 무서운 구조조정이, 극심한 경영난이 ‘SUV 명가名家’ 쌍용차를 모질게 흔들었다. 세월이 흘러도, 주인(대주주)이 바뀌어도, 쌍용차는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못했다. 그렇게 6년…. 쌍용차가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서로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던 노사는 손을 맞잡고 동행同行을 꾀한다. 새로운 간판으로 떠오른 작은 SUV ‘티볼리’는 쾌속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엔 2015년 4월 CEO에 오른 최종식(66) 쌍용차 사장이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눈발이 흩날리던 1월 26일 서울 역삼동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최 사장을 만났다.

■ 2016년 판매 목표 15만5000대
■ 티볼리 10만대 판매 모델 만들 것
■ 유럽 실적으로 신흥국 리스크 헤지해야
■ 쌍용차 매니지먼트 능력 신뢰할 만
■ 노조에 진정성 알릴 책임 회사에 있어
■ 법보단 도의, 명령보단 납득 중요해

# 쌍용차의 추운 봄
= 2009년 4월 9일, 낮 기온 섭씨 24도. 봄치곤 꽤나 더운 날이었다. 봄 사이 만개滿開한 꽃들이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날 쌍용차 안팎엔 무거운 냉기冷氣가 흘렀다. 인력 구조조정, 이 무서운 녀석이 쌍용차를 휘감은 탓이었다. [※ 참고: 쌍용차는 그해 2월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대주주 상하이 자동차의 먹튀 행각, 오랜 경영난 등이 이유였다.]

당시 사측이 통보한 구조조정 숫자는 2646명. 쌍용차 전 직원의 37%(2009년 기준)에 달하는 상당한 수였다. 쌍용차를 위해 피땀을 흘려온 노동자는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는 배신감을 불렀다. 2646명 중 1670명은 희망퇴직을 수용했지만 나머지 976명은 파업을 택했다. 바로 이것이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을 77일 동안 달군 ‘옥쇄파업(2009년 5월 22일~8월 6일)’이다.

‘아름답게 부서지겠다(玉碎)’는 뜻을 가진 옥쇄파업은 말 그대로 단순한 파업이 아니었다. 목숨을 담보로 내건 혈투血鬪였다. 숨이 막혔다. 쌍용차 노조와 경찰이 연일 매섭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쌍용차 평택공장의 담장 밖에서 불구경을 하던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도 잇따랐다.

옥쇄파업은 그해 8월 6일 끝났다. 노사 대타협이라는 말로 포장됐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공권력은 집요하고 독했다. 물과 전기를 끊는 방식으로 무더위에 지친 노동자를 ‘분열의 벼랑’으로 몰아붙였다. 파업에 참여했던 976명 중 817명은 무급휴직 등을 수용했다. 반면 사측의 제안을 거부한 159명은 ‘정리해고자’라는 주홍글씨를 스스로 몸에 새겼다.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였다. 2010년 8월 정리해고자 중 일부인 156명은 쌍용차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희망텐트(2011년), 천막농성(2012년 서울 대한문) 등 각종 투쟁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일부 해고자는 굴뚝으로 올라가 ‘눈물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세월이 도도하게 흐르면서 쌍용차에도 봄이 왔지만 봄 같은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 2015년 쌍용차의 따뜻한 겨울 = 그로부터 6년이 훌쩍 흐른 2015년 12월 30일. 2009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장면이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연출됐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홍봉석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정리해고자 단계적 복직 등 3자 합의문(이하 노·노·사 3자 합의)’에 동의하고,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사측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약속했다. “…2017년 상반기까지 정리해고 및 징계해고 노동자 179명을 복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인력이 필요한 경우 ‘해고자 3, 희망퇴직자 3, 신규채용 4’의 비율로 충원할 예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쌍용차는 해고자와 2009년 구조조정 이후 숨진 노동자의 유가족을 위해 쓰일 15억원대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측과 기업노조, 쌍용차지부가 공동출연한다. 사측이 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33억여원 규모의 손배·가압류도 철회할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2009년 이후 멈췄던 쌍용차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라면서 “구체적인 복직 플랜을 만들기 위해 노사 모두 땀을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노·노·사 3자 합의’를 이끌어낸 최종식 사장은 2015년 4월 CEO에 올랐다. 따지고 보면, 취임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큰 일’을 해낸 셈이다. 취임 당시의 상황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서울 역삼동 쌍용차 서울사무소 앞에선 연일 집회가 열렸다. 그해 1월 출시된 소형 SUV 티볼리가 초반 러시 중이었지만 ‘지속가능성’은 의문이었다. 정말 미스터리하다.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서 최 사장은 어떤 방법으로 ‘솟아날 구멍’을 찾아낸 걸까. 꽁꽁 얼어붙은 노조의 마음은 또 어떻게 보듬은 걸까. 우리는 먼저 이 부분에 주목했다.

# 6년 만에 노조와 합의를 했습니다. 2015년 통틀어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라고 봅니다.
“가급적 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기쁩니다. 이 말 외엔 떠오르는 단어가 없습니다.”

# 노사 협상의 물꼬는 언제 터졌나요?
“2015년 1월 이유일 전 쌍용차 사장,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 등 4명이 ▲해고자 복직 ▲쌍용차지부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쌍용차 정상화 ▲사망자 지원대책을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해 4월 CEO에 오른 저로선 이 4대 의제를 서둘러 풀어야 했죠. ‘쌍용차 디스카운트’가 심각해질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 원론적인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그 원론을 누가,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죠.
“그럴 만도 했어요. 사측은 단계적 복직, 노측은 일괄복직을 원했죠. 노조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못 들어간다면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게 뻔하니까요. 사측도 해고자를 불러들일 시점을 확정하기 어려웠죠. 다행히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하면서 합의가 됐습니다.”

# (노조와) 대화를 많이 했나요? 4대 의제를 합의하기 위해 32차례 실무협의, 10차례 대표자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식석상이든 사석이든 가리지 않고 만나려 했어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했죠. ‘진정성을 알려야 하는’ 책임은 사측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디스카운트 하루빨리 없애야

이번 ‘노·노·사 3자 합의’는 의미가 크다. 2010년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던 정리해고자들이 ‘복직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실 쌍용차는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킬 법적 책임이 없었다. 2014년 11월 대법원이 “정리해고는 유효하다”고 최종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사장은 ‘정리해고자’까지 복직의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법보단 도의를 택한 셈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최 사장의 ‘통 큰 결정’이 노조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미국 뉴욕 체이스맨해튼은행 벤 러브 전 회장의 유명한 말을 떠오르게 한다. “명령은 통제이며 단속이다. 명령하지 말고 납득시켜라. 납득은 합의를 이끌어낸다(「CEO가 되는 길」 중 일부).”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후임 CEO들은 이 말을 ‘큰 리더’의 조건으로 삼았다. 납득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이를 ‘큰 인물’로 봤다는 얘기다. 최 사장이 쌍용차 내부에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힘이 아닌 대화, 명령이 아닌 납득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조가 이런 이유만으로 ‘노·노·사 3자 합의’에 동의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경제학적으로 복직은 실적과 정(+)의 관계다. 통상 실적이 좋아야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문제는 쌍용차의 실적이 복직을 담보하기엔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다.

최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4년에도 적자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그해 영업손실은 2013년보다 되레 680억원 늘어났다. 이상하다. 이런 상황을 몰랐을 리 없는 노조가 ‘2017년까지 단계적 복직(약속)’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을 믿지 않았다면 분명히 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최 사장이 ‘숫자(실적)’로 믿음을 줬다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한 걸까.

# CEO에 취임한 2015년 4월까지 쌍용차의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2013년 실적이 가장 아쉬웠어요. 흑자전환을 눈 앞에 두고 있었는데, 통상임금 이슈가 터졌죠. 이 때문인지 곳곳에서 쌍용차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죠.”

# 이런 상황에서 노조에게 어떻게 희망을 줬나요? ‘복직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려면 무엇보다 ‘실적’을 보여줘야 했을 텐데요.
“맞습니다. ‘과연 회사에 나를 복직시킬 만한 여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불식하는 게 경영진의 과제였어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매니지먼트에 대한 신뢰’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 쉽게 말씀하신다면.
“불안해 하는 노동자들에게 ‘쌍용차의 실적은 분명 개선될 것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는 믿음을 주는 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가 그 발판이었나요?
“물론이죠. 티볼리엔 여러 가지 함의含意가 있습니다.”

그래, ‘티볼리’였다. 티볼리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면 최 사장은 노조에 숫자를 보여주지 못했을 거다. 그가 “티볼리는 많은 함의를 갖고 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화제를 바꿔 티볼리 이야기를 해보자.

티볼리에 숨은 여러 함의

쌍용차가 4년 만에 출시한 신차新車 티볼리는 소형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모델이다. 덩치가 큰 SUV는 부담스럽고 세단보단 높은 차를 원하는 유저를 겨냥한 차다. 작은 틈새를 노린 SUV라서인지 티볼리는 개발 전 ‘수요가 있겠는가’ ‘이익이 남겠는가’ 등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티볼리는 말 그대로 ‘터졌다’. 2015년 쌍용차가 판매한 자동차(14만4764대)의 44.0%(6만3693대)를 티볼리가 책임졌을 정도다.

# 티볼리의 출시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티볼리를 개발할 때는 논란이 많았어요. 작은 SUV의 수요가 있겠느냐, 팔아봤자 이익이 얼마큼 되겠느냐 등이었죠. 하지만 쌍용차가 잘 굴러가려면 일정 수준의 ‘생산물량’이 필요했어요. 티볼리 생산이 절실했던 이유죠.”

# 티볼리의 인기를 예상하셨나요?

“1차 판매목표였던 3만8000대는 능히 팔릴 것으로 봤어요. 티볼리의 판매 목표를 6만대로 상향조정했을 때도 나름 자신감이 있었어요.”

▲ 최종식 사장은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의 수출 부진을 유럽에서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쌍용차 제공·사진 위]. 쌍용차의 소형 SUV인 티볼리는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회사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쌍용차 제공]
# 티볼리의 성공 원인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연비 문제, 둘째는 SUV의 인기라고 봐요. 소비자의 니즈를 티볼리가 제대로 파고든 셈이죠.”

# 티볼리의 궁극적인 판매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요?

“10만대입니다. 달성한다면 쌍용차에 큰 의미를 줄 겁니다. 자동차 메이커에 ‘10만대’는 상징적인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 10만대가 상징이라니요?
“단일 모델의 판매량이 연 10만대라는 건 독일·일본의 명차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볼륨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단일 모델로 봤을 때, 세계에서 10만대 이상 팔리는 브랜드는 많지 않아요. 티볼리를 그렇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티볼리의 미래 플랜은 무엇인가요?
“티볼리 가솔린, 티볼리 디젤에 이어 5인 승차가 가능한 롱바디 버전을 올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티볼리를 소형 SUV 플랫폼의 브랜드로 만들 겁니다.”

티볼리의 성공은 시사하는 게 많다. 무엇보다 ‘쌍용차=SUV 명가名家’라는 등식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둘째는 라인업의 확대다. 쌍용차의 라인업은 코란도 C·코란도 스포츠·코란도 투리스모·렉스턴 W(이상 SUV)·체어맨(세단) 등으로 단출하다. 여기에 티볼리라는 소형 SUV가 추가된 건 ‘덤’ 그 이상이다.

하지만 티볼리는 ‘양날의 검劍’이다.‘티볼리의, 티볼리에 의한, 티볼리를 위한’ 쌍용차가 돼선 곤란하다. 단일 모델(티볼리)이 회사의 실적을 쥐락펴락할 수 있어서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언급했듯 쌍용차 라인업에서 티볼리의 판매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공장 가동률도 마찬가지다.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총 3개의 라인이 있다. 그중 티볼리와 코란도 C를 생산하는 1라인의 가동률은 90%에 가깝다. 하지만 2·3라인을 합치면 가동률이 50%대로 뚝 떨어진다. 쌍용차에 ‘티볼리 외 전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티볼리를 제외한 다른 SUV의 활약상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해 7월 코란도 C의 파워트레인을 동급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다양한 신규 사양을 적용해 상품성을 강화한 코란도 C LET 2.2 모델도 출시했죠.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투싼, 스포티지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아무래도 고객들은 새로운 디자인과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모델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 코란도 C가 속한 준중형 SUV 시장에서 부진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요?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렉스턴 W뿐만 아니라 코란도 C의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고객 니즈를 반영해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도 선보일 생각입니다.”

# 쌍용차는 SUV 말고도 체어맨이라는 걸출한 세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어맨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대형 플래그십 세단인 ‘체어맨 W 카이저’를 출시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체어맨 브랜드의 풀체인지 모델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SUV 신모델의 연구개발(R&D)을 먼저 진행하고 있습니다.”

# SUV를 우선순위에 놓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SUV 명성을 이어가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입니다. 코란도 C·렉스턴·코란도 스포츠·코란도 투리스모 등 SUV의 신모델을 출시한 다음 새로운 체어맨 모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쌍용차의 과제는 또 있다. 수출처의 다변화다. 쌍용차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달리 CKD(조립식) 차량의 수출량이 거의 없다. 연간 1000대 남짓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는 마켓이 제한적이다. 최근 대對러시아·대중국 수출 실적이 추락한 것도 문제다. 일례로 쌍용차의 동유럽 수출 비중은 2014년 3분기 38%에서 2015년 3분기 1%로 37%포인트 줄었는데, 러시아 시장의 침체가 치명타였다. 중국 시장의 비중도 같은 기간 15%에서 7%로 반토막났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다는 건 아니다. 유럽·칠레·터키 등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선 수출 실적이 괜찮다. 쌍용차의 서유럽 수출 비중이 2014년 상반기 14%에서 2015년 상반기 46%로 껑충 뛰어오른 건 단적인 사례다. 신흥국 시장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는 건 부담스럽지만 최 사장은 “유럽 수출 실적으로 리스크를 헤지(hedge·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근 신흥국 경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러시아·중국은 물론 칠레·터키까지 흔들립니다. 특별한 전략이 필요할 듯합니다.
“유럽 등 선진국 수출을 늘려 신흥국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법이 유효해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장기적으로 이 지역엔 현지진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유럽의 실적으로 신흥국 리스크를 헤지한다는 주장은 신선합니다.

“신흥국에선 렉스톤 W와 같은 프레임 타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오프로드형 SUV를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거죠. 유럽은 다릅니다. 티볼리·코란도 C와 같은 온로드형 SUV의 인기가 많아요. 특히 티볼리가 유럽에서 인기를 얻는다면 신흥국의 리스크를 능히 헤지할 수 있을 겁니다.”

쌍용차는 지난 16일 2015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9748억원, 218억원으로 추정 발표했다. 예상대로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2014년 4분기 이후 8분기 만의 일이다. 판매량도 증가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는 내수시장에서 전년 대비 44.4% 늘어난 9만9664대를 팔아치웠다. 44.4%는 업계 최대 증가폭이다. 수출을 포함한 전체 판매량 역시 같은 기간 2.6% 증가한 14만4764대를 찍었다.

그런데 묘한 게 있다. 웬일인지 이 회사의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 2015년 1월 2일 9000원에서 지난 12일 6580원으로 되레 떨어졌다. 시장이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쌍용차를 둘러싼 변수가 그만큼 많고 복잡하기 때문일 거다.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가 대표적이다.

쌍용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2017년까지 복직을 약속했을 뿐 구체적인 플랜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자의 복귀시점과 규모를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게 또 다른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사장은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비정규직, 협력업체·정비업체 직원 등을 모두 포함하면 쌍용차에 인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대략 10만명이에요. 쌍용차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어찌 되겠어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알찬 성과에 취하면 냉정한 현실을 망각하게 마련이다. 모자란 리더일수록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다. 2015년 자타공인 ‘큰일’을 해낸 최 사장이 긴장의 고삐를 풀지 않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SUV 명차를 만드는 게 꿈”이라면서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에는 지난해보다 1만대가량 많은 15만5000대를 파는 게 목표”라며 “이를 발판으로 연간 흑자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 최 사장은 ‘모진 출발선’에 다시 섰다. 작은 거인의 ‘숙명宿命’이다.
이윤찬ㆍ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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