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과정 문제 없나

저유가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유사들은 늘 이렇게 주장했다. “유류세 때문이다.” “국제 휘발유 가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유가와는 괴리가 있다.” “유통과정 탓이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누가 뭐래도 정유사가 유가 상승기엔 가격을 확 올리고 하락기엔 찔끔 내려서다.

“국내 정유사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반영해 매일 내수 공급가를 결정한다. 반면 주유소는 탱크용량과 재고소진 주기에 따라 월 2~3회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구매한다. 정유사가 국제 유가를 반영한 가격에 공급을 해도 국내 소비자에게 반영되는 데는 평균 2~3주가 걸린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의 공식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주장이다. 요지는 공급자인 정유사가 아닌 유통과정에서 유가 괴리가 생긴다는 거다.

하지만 2009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오피넷에 공개된 세전 공급가(월별 기준)를 살펴보면 유가 하락기 국제 휘발유와 국내 휘발유의 평균 가격 차이는 85.79원, 유가 상승기 평균 가격 차이는 73.63원이었다. 유가 상승기엔 가격을 바짝 올리고, 하락기엔 찔끔 내렸다는 증거다.

같은 기간을 월별로 쪼갰을 때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가격을 많이 올린 달은 23회, 적게 내린 달은 21회였다. 반면 국제 가격보다 가격을 적게 올린 달은 12회, 많이 내린 달은 17회에 불과했다. 국제 가격이 오를 때 국내 가격을  내린 달은 5회였지만, 국제 가격이 내릴 때 되레 오른달은 6회로 더 많았다. 정유사들이 말하는 국제 휘발유 가격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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