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기자의 新창업학 개론

상권은 수시로 변한다. 대형 건물이 들어서거나 신규 도로가 개통되면 소비자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는 매장의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창업자들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소비 경향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과 소비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기 전에 변해야 산다’는 것이다.

▲ 창업자는 수시로 변하는 상권의 소비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권은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다. 홍대나 강남, 대학가 등 젊은층이 몰리는 상권, 여의도를 비롯한 직장인 중심의 오피스가 상권, 대단지 중심의 아파트와 단독ㆍ다세대 중심의 주택가 상권의 소비 성향은 분명 다르다. 따라서 창업하고자 하는 아이템이나 매장의 크기도 상권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상권의 소비 흐름이 수시로 변한다는 점이다. 원인은 지하철이 개통되거나 아파트 등 주거단지 완공,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대형 상업시설의 신축, 도로나 횡단보도 신설이다. 창업자는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의 트렌드다. 다시 말해 소비 경향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입점하려는 상권에 어떤 업종이 분포돼 있는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가격대는 어느 정도이며, 시간대별 고객 성향은 어떤지도 파악해야 한다.
한때 전 요리전문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경쟁적으로 매장이 오픈하면서 불과 30m도 안 되는 거리에 3~4개 매장이 둥지를 틀었다. 전 요리전문점의 경쟁력을 믿고 오픈한 창업자들은 모두 실패였다. 이는 소비 경향을 파악하지 않고 창업을 단행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다.

다른 예를 보자. 한식전문점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식 아이템은 주류를 취급한다. 사케전문점에서도 생맥주가 나오고, 치킨전문점에서도 막걸리를 먹을 수 있다. 고기전문점도 다르지 않다. 부위별 전문점부터 고기뷔페까지 다양해졌다. 다시 말해 대체 아이템이 이젠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거다. 단순하게 그 아이템이 별로 없으니까 되겠지라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큰코다칠 공산이 크다.

처음 오픈할 당시에는 장사가 잘 됐는데, 2~3년 지나면서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답은 3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창업자의 마음이 변했다는 거다. 이로 인해 처음과 달리 맛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멀어진다. 둘째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다. 맛과 품질, 가격 면에서 상대하기 힘든 매장이 인근에 들어서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소비 흐름 변화다.

소비자의 소비 흐름은 사소한 것에서 변한다. 대중교통 등 공과금이 인상되면 외식비 지출이 줄어든다. 고가의 메뉴를 즐기던 고객도 감소한다. 또한 인근 상권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서 고객의 이동 경로가 바뀐다. 이로 인해 창업시장에서 업종전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안 되는 아이템으로 매장을 운영하지 말고 아이템을 바꾸는 추세라는 거다. 하지만 업종전환을 할 때도 역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흐름을 얼마나 반영하냐다.

창업 성공은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져야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고객으로 매장이 북적거린다면, 맛이 있든 없든, 서비스가 좋든 나쁘든, 그 매장은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상권의 소비 흐름에 맞는 아이템을 얼마큼 잘 선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젠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자영업자도 곱씹어봐야 할 때다.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잘못된 일을 해서’ 또는 ‘올바른 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 비즈니스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실패한다. 그런 변화는 소비자의 수요 변화일 수 있고, 핵심 역량의 변화일 수 있고 경제 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다. 이런 큰 이슈를 잘 포착하고 시대 조류에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

매장 가시성 좋은지 파악해야

그렇다면 상권은 어떻게 점검해야 효율적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몇가지 점검 포인트를 소개한다. 첫째, 유동인구에 의존하면 안 된다. 유동인구의 중요성은 높다. 그러나 유동인구의 흐름만 믿고 창업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유사한 아이템들의 접객수를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상권(입지) 접근성이 용이한지를 살펴야 한다. 일부러 찾아다니는 고객은 소수다. 고객은 항상 게으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운영되는 점포의 평균 운영기간이 길고, 매물로 나와 있는 점포의 수가 적다면 좋은 상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넷째, 경쟁 점포의 규모 수를 파악해야 하며 향후 경쟁점이 들어설 여지도 감안해야 한다. 다섯째, 가시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보통 점포를 알리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이라는 점에서 가시성은 상당히 중요한 점검 포인트다.

창업 전문가 비평 -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확실한 무기가 없으면  창업시장서 백전백패”

▲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사진=더스쿠프 포토]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경쟁력이 약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덩달아 창업시장도 냉각되고 있다. 이처럼 자영업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과잉 공급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일반 음식점이나 도소매 업종의 경우, 공급 초과로 인한 생존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따라서 필자는 마인드 중심의 창업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 하나 없이 창업시장에 뛰어들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다.

무엇보다 창업을 해선 안 되는 이가 창업시장에 들어오는 사례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창업이 성공보단 실패 확률이 높다는 걸 인지시켜 자발적 창업 포기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창업자 마인드는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업 마인드를 먼저 가르치고, 창업계획을 스스로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수차례 주장한 창업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예비창업자가 선택한 아이템을 스스로 검증해 창업 의지를 굳게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생각과 현장이 다르다는 걸 자각해 창업을 유보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창업의 성공 공식은 없다. 현장에서 다양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교육과 상담 등을 통해 창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1보 후퇴하면 창업시장을 더 냉정하게 볼 수 있어 실패 확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역할은 소상공인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소명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고, 나아가 소상공인들의 올바른 창업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