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조금씩 진화했다고 보기에 사람의 몸은 무척 정교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연초부터 혹독한 추위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위세가 대단했던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그중 추위가 가장 돋보이는 곳은 강원도 철원이다. 필자의 고향인 이곳에 가면 장남과 살기 싫다는 고집 센 영감이 강아지 한 마리와 외로이 살고 있다.

내리는 눈을 보러 마당으로 나오면 잔뜩 웅크렸던 강아지가 반갑다며 꼬리를 흔든다. 남긴 밥알이 얼음 속에 총총히 박혀 있다. 밥알을 꺼내기 위해 강아지는 얼음을 송곳니로 부수고 혀로 핥는다. 동물보호단체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와 나는 성토감이다. 그러나 비난의 대상인 필자는 추위에 방치된 개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잔뜩 싸매고 보일러를 틀어대는 인간은 간혹 얼어 죽지만 아무것도 입지 않은 개가 얼어 죽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우리 몸 중 가장 추위를 견디기 어려운 부분은 신체의 말단 부위인 발ㆍ손가락ㆍ귀 등이다. 그중 단연코 참기 힘든 고통은 발 시린 것이다. 손은 어딘가에 쑤셔 넣고 비비거나, 귀는 비벼진 손바닥으로 덮으면 되지만 발이야 어디 그런가. 벗고 문지르기도 쉽지 않으니 그냥 동동거리며 견딜 뿐이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순간은 군 생활 당시의 혹한기 훈련이다. 한밤에 근무를 서기 위해 텐트에서 나와 꽁꽁 언 전투화를 신고 두 시간을 벌판에 있어 보라. 물론 춥다고 푸념하는 아내나 쌍둥이 녀석들에게 이따위 경험담을 전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현재가 힘들면 그냥 힘든 것이다. 과거에 겪은 즐거움도, 유예된 미래의 행복도 현재의 고통을 견디는 위안이 되긴 힘들다.

다시 추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인간이 진화를 해왔다면 왜 따뜻한 가죽 털옷을 벗어버리고 벌거숭이가 됐을까. 개처럼 잔뜩 싸매고 있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을 텐데 말이다. 혹자는 인간이 짐승의 털을 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요가 없어졌기에 털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이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지구의 구석구석이 다르므로 그에 걸맞은 여러 형태의 인간이 존재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장구한 세월을 두고 털이 조금씩 사라졌다면(진화론), 그 중간 단계의 인간을 담은 화석들이 무수히 많아야 하지 않을까.

이 때문에 필자는 우리가 진리라고 믿어 온 것이 실제로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인간의 몸을 공부할수록 이 의문은 더 커진다. 실제로 인간의 몸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정교하다. 설계 없이 100층 건물을 지을 수 없듯, 그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는 인체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럭저럭 형성됐다는 진화론은 사실 믿기 어렵다. 진화론과 창조론 중 딱 부러지게 하나를 고르자는 게 아니다. 우리 몸의 생성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거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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