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는 월세시대

▲ 강남3구의 전ㆍ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0.0%로 나타나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지고 있다. 매매 하락에 이어 전월세 거래도 줄었다.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은 10만519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했다. 문제는 월세 비중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남3구는 지난해 1월 대비 10%포인트 이상 증가하면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3구의 주택 전ㆍ월세 두 채 가운데 한 채는 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 속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2년치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半전세’ 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은 순수월세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6.6%다. 전년 동월(43.5%) 대비 3.1%포인트 증가했고, 전월(45.3%) 대비로는 1.3%포인트 증가했다. 아파트는 40.8%로 전년 동월(36.4%) 대비 4.4%포인트, 다세대ㆍ연립주택 등 아파트 외 주택은 51.7%로 전년동월(49.8%)보다 1.9%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특히 강남3구의 전ㆍ월세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 평균 49.4%보다 높은 50.0%를 기록했다. 전국 최고 기록이다. 이는 지난해 1월 강남3구의 월세 비중(39.9%)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강남3구의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44.5%로 전년 동기(32.5%)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다세대ㆍ연립, 단독주택 등 아파트 외 주택에서는 1월 월세 비중이 5 5.7%로 전년 동기(49.1%)보다 6.6%포인트 늘었다.

이처럼 월세 비중이 높아진 것은 저금리 기조 속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크게 올리자 전세 수요자들이 반전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치동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치솟는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해 월세 매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집주인들도 저금리 여파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실제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남구 래미안도곡카운티아파트 전용면적 71.84㎡(약 21평)가 보증금 6억원, 월세 110만원의 반전세로 거래됐다.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면적 79.47㎡(약 23평)의 경우 월세는 지난해 말 기준 보증금 3억원에 120만~13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 월 임대료가 150만원을 넘어섰다.

강남3구의 월세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학군이다. 학군이 좋은 지역에서 ‘아이들이 대학 갈 때까지 견디자’는 생각으로 비싼 월세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서울 강남3구 재건축 이주 물량 증가로 전셋집이 사라지면서 자녀 학교나 직장 문제로 멀리 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
 
강남3구에 대기업 근무자와 회계사,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직종이 많이 거주하는 것도 월세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또 외국계 기업이나 연구원, 기술자 등으로 파견을 나온 외국인들도 주거지역으로 생활 인프라가 편리한 강남을 선호한다.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경우 기업에서 월세를 대납하는 사례가 많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와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반전세 등 준전세 형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과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세 부족에 따른 월세 거래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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