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27) 이숙이 시사인 편집국장 편

이숙이(50) 시사인 편집국장은 본격적인 정치부 여기자가 없던 시절 정치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청춘극장’의 여주인공들에게 주체적으로 선택해 경험의 폭을 넓히라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도 유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선택하라고 권했다. 두려움과 비용 걱정을 날려버리라고 부추겼다.

▲ 이숙이 시사인 편집국장은 “두려움과 비용 걱정을 떨쳐버리고 적극적으로 선택하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중학교 시절 이래 나의 결혼관은 이렇습니다. 결혼은 서른세살 이후 삶이 안정되고 난 후에 한다. 아이는 낳지 않겠다. 배우자는 이 조건에 동의하는 남자라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저마다 한마디씩 참견하려 듭니다. 대부분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들이댑니다. 됐거든! 내 인생인데 내 맘 아닌가요?

A 멘토가 멘티에게

네, 당신의 인생인데 당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하세요! 단 포기는 외부적인 조건에 영향 받는 거지 주체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한 3포 세대요? 연애를 왜 포기해요? 힘들어도 연애를 하세요. 연애하느라 에너지를 빼앗기기도 하지만 연애만이 주는 에너지도 있어요. 남친과 공부도 같이 할 수 있고 서로 좋은 자극을 줄 수도 있죠. 비용과 편익을 따지더라도 연애는 남는 장사입니다. 비용편익분석을 해 본다면 결혼은 연애만 못하고 출산은 결혼만 못하다고 할 수 있죠.

우리 사회에 자유로운 선택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거 인정합니다. 결혼해 아이 낳고 살아가는 인생 선배들이 부러웠다면 틀림없이 따라했겠죠.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나도 미안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자기 세계를 구축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연애와 결혼, 출산은 간접경험만으로는 충족이 안 됩니다.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지만 배우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어요. 내가 원한다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날 수는 없어도 제2의 삶의 동반자를 내가 선택할 수는 있죠. 나는 결혼을 권하는 입장이지만 결혼에 관한 시대에 맞지 않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합니다. 결혼엔 적령기가 있다는 것과 결혼하고 나면 어떤 경우에도 그 결혼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가 바로 적기適期입니다.

배우자는 제2의 삶 동반자

배우자로 나에게 적합한 사람이 있을 뿐 결혼에 적합한 때란 없어요. 그런 사람을 당신의 바람대로 서른세살 지나 만날 수도 있겠죠. 또 결혼을 하면 해로偕老해야겠지만 불행해지지 않으려 이혼할 수도 있습니다. 바람직한 이혼도 있다는 거죠. 결혼은 안정된 후에 하겠다고요? 출산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지만 결혼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결혼을 함으로써 오히려 경제적 안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고요. 젊은 사람들이 이래저래 돈 걱정이 너무 큰 거 같아요.

만일 결혼 비용 때문이라면 더더욱 미룰 필요 없어요. 결혼 자체와 결혼식을 구분한다면 결혼식은 통과의례일 뿐입니다. 나의 행동거지로 인해 누군가 피해 입는 거 아니면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아요. 남을 의식해 내 생각과 다른 선택을 하면 언젠가 후회하게 될 겁니다. 내 의지를 따르려면 때로는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어요. 누군가 내 인생을 조종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지만, 결혼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주는 배우자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바로 성격과 문제 해결 능력이죠. 성격은 능력과 무관합니다. 단적으로 데이트 폭력을 겪었다면 당연히 결혼 상대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 능력은 살아가면서 어떤 갈림길에 섰을 때 내공, 돈, 네트워크 등 가용한 내외의 자원을 동원해 제대로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집을 장만하거나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려면 일련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그런 선택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조건이 안 맞아 다투고 헤어지는 거예요. 두 조건이 맞는지 알아보려면 교제를 해 보고 상대방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도 들어 봐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외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은 기본이죠.

요즘 결혼 전 동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괜찮다고 봅니다. 그러나 동거 후 결혼했지만 얼마 안 돼 이혼하는 부부도 꽤 있어요. 동거가 성공적인 결혼의 조건은 아니라는 거죠. 동거와 결혼은 차원이 달라요. 결혼을 떠나 동거 그 자체를 대안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죠.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요? 나는 결혼과 출산이 늦었습니다. 초등학생 딸 하나를 뒀죠. 살아오는 동안 가장 후회되는 게 할 수 있을 때 둘째를 갖지 않은 겁니다. 둘째 아이를 키웠다면 경험의 영역이 또 달랐을 겁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형제 관계를 경험할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한 게 아쉬워요.

배우자감도 평판이 중요 

나이 마흔에 아이를 낳고서 산후우울증을 겪었습니다. 내 삶은 이제 끝났구나 싶었어요. 해가 기우는 4~5시면 눈물이 주르르 흘렀죠. 그 고비를 넘기고 비로소 애가 주는 기쁨을 맛봤어요. 애를 통해 내가 얻은 게 참 많아요. 내가 그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것도 맞지만 아이와의 관계가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됐죠. 옛날엔 지금보다 풍족해서 아이를 서넛씩 낳아 키웠겠어요?

내 주변에 한 미혼 여성이 개를 키웁니다. 어느날 개를 데리고 나갔더니 한 아주머니가 “애를 키우지 왜 개를 키우느냐”고 하더랍니다. 이런 폭력적인 언사는 삼가야 하지만 나의 경험에 비춰 보면 애를 키울 때 내 삶이 훨씬 풍성해지는 건 맞아요. 결혼을 유예하기보다는 출산을 미루라고 권하고 싶어요. 출산도 선택이지만 출산의 시기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한 젊은 시절에 아이를 낳으면 정작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 아이에게 소홀해질 수 있어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부 밑에서 크는 자폐아들이 있는데 부모를 결정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기에 관심을 못 받아서일 가능성이 커요. 여성으로서 결혼과 사회적 성공을 양립시키기는 어려워도 결혼생활과 일은 병행할 수 있어요. 단 결혼생활은 물론 일도 잘하는 슈퍼 우먼은 없습니다. 배우자를 비롯해 부모 등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아이 봐 주는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요.

두려움이나 치러야 할 비용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마세요. 일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일이나 첫 스텝이 있습니다. 실수할까 봐 겁나고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두려워 지레 포기하지 마세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습니다. 트라이! 노력이나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조건이란 없어요.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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