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6이 남긴 족적

약 10만명이 방문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ㆍMobile World Congress) 2016’이 지난 2월 25일 막을 내렸다. 참가 등록한 업체만 2500개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업체들은 각종 신기술을 소개하며 변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

▲ ‘MWC’는 전 세계의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의 신기술을 만나볼 수 있는 산업 전시회다.[사진=뉴시스]

■ MWC의 톱스타 VR = 집을 나서자 집안의 조명, 가전기기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진다. 도어락의 보안장치는 외부 접근에 반응한다. 점심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지만 현금이나 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 퇴근 후 귀가 시간에 맞춰 집안 조명이 켜진다. 저녁 식사 후엔 거실에서 선글라스형 VR 기기를 착용하고 영화를 관람한다.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다. MWC 2016에서 선보인 ‘가상현실(Virtual Real ityㆍVR)’ ‘사물인터넷(IoT)’ ‘간편결제’ ‘5G’를 한데 모은 것이다.

VR은 MWC 2016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톱스타였다. 지난해 주인공이던 스마트워치는 1년만에 VR에 자리를 뺏겼다. MWC에서는 삼성전자ㆍLG전자를 비롯해 중국의 샤오미ㆍ화웨이 등의 VR 기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2016년이 VR 대중화의 원년이 되리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기어VR’과 ‘360VR’을 선보였다. VR용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어360’ ‘360캠’도 함께 공개했다. 기기 공개는 체험으로 이어졌다. 각 사들이 운영한 VR기기 체험관은 기다리는 방문객으로 북적거렸다. 체험객들은 진동의자에 앉아 VR 기기를 착용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며 환호했다. 해저를 걷거나 스키를 활강하는 등 다양한 체험관이 방문객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VR의 대중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무게, 착용감, 인지부조화 현상, 장비 가격의 부담, 콘텐트 부족 등이다. LG전자의 조준호 MC사업본부장은 “VR 기기의 문제가 두가지 있다”면서 “고개를 돌릴 때 화면이 따라오는 속도가 늦는 것과 장비 무게”를 꼽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아무리 좋고 신기해도 즐길 거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사용자가 기꺼이 돈을 내고 즐길 수 있는 콘텐트 개발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자동차로 눈 돌린 IoT = 사물이 통신을 기반으로 시스템과 정보를 교환한다. 이를 다시 사용자나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 사물인터넷(IoT)이다. 산업 인프라에서 ‘홈 IoT 서비스’로 생활 속에 침투한 IoT가 이번엔 자동차로 눈을 돌렸다. 일명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커넥티드카 솔루션 ‘삼성 커넥트오토’ ‘T2C(Tablet to Car)’를 각각 선보였다. ‘T2C’는 태블릿형 정보시스템이다. 주행 중 실시간 교통정보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며 후방카메라 영상과 날씨 정보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사물이 하나로 연결되는 세상

문제는 보안이다. 사용자의 생활과 밀접한 만큼 IoT가 범죄에 악용될 경우 그 피해가 크다는 거다. 이 때문에 MWC2016에서는 IoT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삼성전자ㆍ퀄컴ㆍ인텔 등이 IoT 보안솔루션을 가지고 나왔다. 누군가 보안시스템에 접근할 때, 웨어러블 기기로 추가 인증을 하거나 사용자의 신체 일부를 인지하는 방식을 추가한 것이다.

■ “내가 가장 빠르다” 경쟁 = VR기기를 착용하고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하는 것도, IoT로 집밖에서 집안의 사물을 관리하는 것도 이동통신기술이 받쳐주지 못하면 실현할 수 없다. 이번 MWC 2016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이 통신장비업체들과 손잡고 ‘내가 가장 빠르다’면서 각종 시연을 벌인 건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노키아, KT는 에릭슨,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서로 ‘5G’ 기술을 뽐냈다. 하지만 상용화에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선결과제가 있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5G엔 표준이 없다는 점이다. 속도 경쟁에서 승리한 통신사가 표준을 높게 정하면 다른 통신사들도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이 ‘5세대(5G) 선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력만 있다고 5G를 실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려면 그에 걸맞은 통신망을 갖춰야 한다.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5G에 본격적인 투자를 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국내 이통사들은 4G 통신망조차 100% 구축하지 못했다. LTE 투자 이후 감가상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통사들의 중론이다. 투자를 한다고 돈을 번다는 확신이 없다면 5G 상용화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 식지 않은 인기 ○○페이 = 마지막으로 MWC 2016에서 눈여겨볼만한 트렌드는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시스템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이 필요 없다. 이번 MWC를 통해 간편결제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서다.

기존 업체들은 시장 확대를 선언했다. 전세계 2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1위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은 이번 MWC에서 미국과 호주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결제시스템을 2분기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중국에서 삼성페이를 선보인 후 올해 안에 호주ㆍ브라질ㆍ싱가포르ㆍ스페인ㆍ영국ㆍ캐나다 등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신규 진입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미국 자동차회사인 포드는 포드페이(FordPay)를 선보였고, LG전자는 올 상반기 중으로 LG페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술력 아무리 좋아도 문제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등 글로벌 카드업계가 MWC를 통해 NFC 결제시스템 확산을 본격 선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NFC는 신용카드 결제방식의 최신 기술이지만, 아직 널리 확신되지는 못했다. 글로벌 카드사가 NFC 인프라 확대에 나서면 각자 방식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경쟁 장벽들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MWC 2016은 기술이 가져올 이로움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 한계와 개선방향을 시사했다. 모바일 기술이 산업 인프라뿐만 아니라 먹고, 자고, 휴식하는 삶의 공간으로 스며들고 있다.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만큼 ‘보안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기술은 누구에게나 접근이 용이해야 하지만 기술로 축적된 데이터는 강력한 보안이 필요해 보인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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