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에 엇갈린 희비

삼성전자, LG전자의 휴대전화 실적이 갈수록 줄고 있다. 글로벌 시장 1위 기업인 ‘애플’을 두고도 위기론이 새어나온다. 이런 경우, 휴대전화 제조사의 협력업체는 ‘죽을 맛’이다. 부품의 공급처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부품업체가 빙그레 웃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 덕분이다.

▲ SK텔레콤은 지난해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의 성공에 힘입어 올 1월 ‘쏠’을 출시했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 시장, 저성장기 진입.” IT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제조사 실적을 보면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 IM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조1400억원. 2014년보다 30%나 감소했다. LG전자의 MC사업부는 또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협력업체인 부품사의 이익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대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본다. 스마트폰 저성장기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져 부품업체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거라는 이유에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50만원 미만의 단말기 판매 비중은 2014년 7월 21.5%에서 지난해 12월 34.0%로 12.5%포인트 늘어났다.

이런 통계를 입증하듯 중저가 스마트폰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선보인 ‘루나’는 예약 가입자 수만 5000명이 몰렸다. 지난해 12월에는 판매량 15만대를 돌파했다.

인기 비결은 ‘좋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루나의 출고가격은 44만9900원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사양은 프리미엄급이다. 국내 출시된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최초로 알루미늄 유니바디(조립이 아닌 통째 케이스)를 적용했다.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와 전면 800만ㆍ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 3GB 램(RAM) 등 프리미엄급 사양을 갖췄다.

루나뿐만이 아니다. 제2의 루나폰을 노리는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하다. 루나의 후속으로 나온 중저가 스마트폰 ‘쏠’은 출시 일주일 만에 1만대가 팔려나갔다. LG유플러스의 ‘K7’ ‘K10’, KT의 ‘갤럭시 J’ 시리즈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인기몰이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의 부품이 고급화되고 있다”며 “휴대전화 제조사의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부품업체엔 새로운 공급처가 생긴 격”이라고 말했다.

상향평준화되는 중저가 스마트폰

실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던 각종 고급 기능이 중저가 스마트폰에 실리고 있다. 올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A5 2016’에 삼성페이가 탑재된 것은 대표 사례다. 10분 충전하면 2시간가량 영화 시청이 가능한 급속충전 기능도 적용했다. 이 스마트폰의 가격(52만8000원)이 갤럭시 시리즈의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30만원 이상 저렴하다. 그럼에도 고품질의 기능이 장착된 셈이다.

하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되지 않은 고급 기능은 여전히 많다. 무선충전ㆍ지문인식기능 등이다. 이는 스마트폰 저성장기를 맞은 부품업체에 호재 중 호재다. 최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례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 침투율은 22% 수준”이라며 “나머지 78%가 부품업체들에 새로운 매출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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